지난달 22일 필리핀 네슬레공장 디오스다도 포르투나(51) 노조위원장이 남부 라구나 지방의 카바요에 위치한 네슬레공장의 파업현장을 떠나 집으로 가던 중 정체불명 괴한들에게 총을 맞아 사망한 사건에 대해 27개 한국시민사회단체들이 20일 서울시 서초동 필리핀대사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필리핀 네슬레공장에서만 파업 중 위원장이 살해된 것은 지난 87년 멜리튼 로하스 당시 위원장이 파업현장에서 총 맞아 숨진 이래 두번째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은 단순히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슈나이더 포장노조 대의원이던 테오티모 단테가 파업투쟁 중 살해당했으며 올 1월부터 9월까지 필리핀 전국의 11개 사업장에서 1,011명의 노동자가 파업 중 물리적 공격을 받아 부상당했다. 또한 2002년 술피시오 라인즈, 2003년 룻 파운드 시멘트 등에서 파업노동자들을 강제해산 시키는 과정에서 굵직한 폭력사태가 발생했으며, 지난해 11월16일 6,443헥타르의 설탕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자 수백명의 경찰과 군인들이 농장 내로 진입해 7명의 노동자를 살해한 ‘하시엔타 루이시따 학살’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포르투나 사건과 같이 사실상 ‘청부살인’까지 자행되고 있음에도 사건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받는 일이 드물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필리핀 아로요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필리핀 정부는 다국적기업과 자본의 횡포로부터 국민의 인권과 생존권을 보호하기보다 오히려 물리력을 동원해 국민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다”며 “필리핀 정부는 포르투나 위원장 살해에 대한 정확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의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이같은 입장을 필리핀대사관에 전달했다.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 조명숙 간사는 “아로요 정부가 들어선 후 포르투나 위원장이 살해된 라구나 지방에서만 10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한다”며 “포르투나 살해에 대해 다른 국가에도 국제행동의 날을 제안하고 연대기금을 조성하는 등 적극 항의연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