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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도 더 가난해지는 여성
  • 유의선 빈곤사회연대(준) 사무국장
  • 승인 2005.10.1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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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세 아이의 엄마다. 그녀는 남편의 도박과 폭력에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기로 결심했고,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시설을 알아보기 위해 여성상담전화에 연락했다. 그녀는 서울에 있는 여성상담전화를 통해 모자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빈곤이 자식들에게 이어질까봐 두렵다. 그래서 그녀는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의 대학등록금을 내기 위해 일하고, 일하느라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사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

일해도 빈곤이 양산되는 사회

▲ 유의선 빈곤사회연대(준) 사무국장.
B씨는 장애를 가진 아들과 둘이 살고 있다. 한 달에 60만원이 조금 넘는 임금을 받으며 자활사업을 하고 있고, 밤이면 십자수를 해서 납품을 하고 주말이면 거리에 나가 옷을 팔고 있다. 그녀는 단 한시도 쉬어본 적이 없다.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야근을 할 수 없는 그녀는 직장에서 일순위로 해고되었고, 정기적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자녀의 의료비로 그녀는 뼈 빠지게 일하지만 방 한 칸 마련하기 어렵다.

C씨는 청소용역업체 최저임금 노동자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고된 노동을 해도 받을 수 있는 돈은 고작 65만원. 병원도 갈 형편이 되지 못해 온 몸에 뜸을 뜨는 것으로 견디고 있는 그녀는 돈이 없어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이전에 자주 가던 모임도 갈 수 없고, 자녀들 결혼 때 축의금을 보낸 이들의 경조사에 갈 수도 없다.

그녀들은 모두 일을 한다.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며 일터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그런데도 그녀들은 모두 빈곤하다.

우리사회 빈곤의 특징을 ‘일하는 빈곤층’의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즉, 계속 일을 해도 점점 더 가난해 지는 것이 우리사회 빈곤의 특징인 것이다. 현재의 빈곤의 문제가 일을 해도 빈곤해지는 것이라면, 일을 하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질의 일자리가 핵심인 것은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60만~68만원 짜리의 그나마 1년간 한시적인 일자리를 제시하며 이를 통해 빈곤을 탈출하라고 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불안정하고 낮은 임금의 일자리나마 이를 선택하지 않으면 어떠한 지원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하는 데 있다. 국민의 기본권, 즉 인간답게 살 권리는 무조건적인 것이다. 기본권으로서의 복지는 최소한의 삶의 보장을 책임지는데 있는 것이다. 이런 권리는 다른 거의 조건으로 혹은 전제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장 개선해 빈곤탈출 해야

어느 누구도 노동을 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낮에는 간병 일을 하고, 밤에는 십자수를 해서 내다 팔고, 주말에는 노점을 해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 누가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이야기 한 것처럼 일을 할 수 있는 대다수의 서민들은 ‘일을 통해 빈곤을 탈출’하고 싶어 한다. 이러할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대책은 ‘노동시장 조건 개선을 위한 빈곤탈출’이어야 한다.

10월17일은 세계빈곤철폐의 날이다. 빈민·사회단체들은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빈곤악법 철폐와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을 선포했고, 지난 3월8일부터 전 세계 여성들의 ‘빈곤과 폭력에 반대하는 여성행진’이 24시간 공동행동을 진행하며 여성빈곤철폐를 외쳤다.

빈곤문제가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듯이 여성의 빈곤문제 또한 구조적인 문제이다. 다만, 여성의 빈곤의 더욱 심각한 것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이 여성을 더욱더 빈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빈곤을 양산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일을 해도 가난해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을 통해 빈곤을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여성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는 여성을 불안정한 일자리로 밀어내는 알량한 여성빈곤정책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을 제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유의선 빈곤사회연대(준) 사무국장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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