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여성에 대한 간접차별을 해소하고 여성고용을 확대할 목적으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라는 제도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영어의 ‘Affirmative Action’을 번역한 용어인 ‘적극적 조치’를 고용부문에 적용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참조하여 정책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에 냉담한 이유

현재 추진 중인 제도의 핵심은 대기업과 공공부문 기업들로 하여금 남녀노동자의 고용실태 통계를 제출하게 하고, 동종 업종의 다른 기업에 비해서 현저하게 여성고용의 수준이 낮은 기업에 대해서는 여성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과 그 실적을 제출하게 한다는 것이다.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차별이 사라지더라도 노동시장에서 오랫동안 관행으로 굳어져온 남성 중심적인 기준을 현재의 여성들에게 들이댈 경우 일반적으로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다시 여성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 간접차별 해소를 주문하는 이유이다. 먼저 같은 출발선에 서고 나서야 진정한 의미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

지극히 타당한 취지에서 추진되는 이 제도에 대해서 노동계나 여성계의 반응은 예상 외로 냉담하다. 이렇게 차가운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여성고용율이 현저히 낮은 기업이 발견되더라도 이에 대한 제재조치가 미약하기 때문에 결국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제도의 경우 연방정부와의 조달계약과 ‘적극적 조치’의 실천을 연계하여 강력한 벌칙조항을 가지고 있어서 결국 효과를 보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우리가 지금 도입하려고 하는 제도는 기업이 지키지 않더라도 벌칙이 없는데 누가 얼마나 따라오겠냐는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처럼 고용율을 할당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분담금을 부과하는 정도로 강력한 요구를 해도, 벌금내고 말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판에, 그나마 벌칙도 없는 이 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적극적인 비판의 목소리 이외에도 이 제도에 대한 또 다른 반응은 ‘시큰둥’한 것이다. 이 제도 자체가 어느 정도 작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혜택을 보게 되는 여성은 잘나가는 일부 여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이유이다.

이 제도가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먼저 적용되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노동자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 나아가 여성비정규직 문제가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한데 대기업 정규직 여성에 쏟을 여력이 있느냐는 문제제기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바다. 

하지만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그러나 필자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이 정책을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여성고용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도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인센티브나 벌칙이 미약하다고는 하더라고, 이 제도는 개별 기업의 여성고용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구축을 전제하고 있는데, 그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할 것이 아니다.

대상기업이 너무 적어서 이 제도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오게 되는 여성의 비율은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 제도를 통해서 기업이 여성인력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요구하고 사회적 분위기의 반전을 유도할 수 있다면, 적어도 젊은 여성들이 자신들 앞에 펼쳐진 비전을 달리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이 제도의 간접적인 영향권은 상당한 범위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겉껍데기만 있는 면피용 정책이 아니라 기업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정책입안자와 정책집행자가 진지하게 접근하여 적극적으로 정책을 집행하게 만드는 힘은 사회 각 주체의 기대와 요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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