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강모 부위원장이 택시사업주들로부터 돈을 받아 구속되었다고 한다. 함께 텔레비전 뉴스를 보던 의원들이 묻는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사회적 협약을 둘러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물리적 충돌 때도 그렇고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간부들의 채용비리 때도 물었다.

민주노총 출신의 민주노동당 의원이니 물을 만하다. 묻는 말 속에 넌지시 ‘너희도 같구만’하는 야유가 들어 있다. 뭐라고 변명할 말이 없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의원활동을 하며 이런저런 선물도 받고 청탁도 받는다. 의장선거를 치르면서 두 번 모두 불편하고 당황스러웠다. 전반기 의장선거 때는 금전을 줄 수 있다는 제의가 있었다. 통상 관례란다.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리고 그냥 덮어두었다.

하반기 의장선거에서는 여행지에서 선물을 사 오셨다. 그러나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고 선물의 규모 또한 너무 커서 거절했다. 의원들과의 관계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았다. 어찌 보면 묵인한 셈이다. 통상 상임위 자리를 나누며 의장선거를 치르기도 한다. 뇌물을 통한 매수나 자리 안배나 어찌 보면 모두 매표행위이다.

선물, 결국은 매표행위

의원이 되고 난 직후 추석 명절 선물들이 배달되었다. 특별히 고가이거나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온 선물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선물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를 두고 광주시당의 지방자치위원인 몇몇 동지들과 상의한 적이 있다. 초기 ‘의원연찬회’ 건으로 신고식을 너무 세게 치렀으니 운신의 폭을 좁히지 말자 해서 그냥 받았다.

얼마 뒤 민주노동당의 자생적 의원모임인 광역 비례대표의원들의 모임에서 추석 선물 처리 건에 대해 자연스럽게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어떤 이는 모두 돌려보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선물의 규모 등을 고려해서 차별적으로 처리했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사회복지시설로 보냈다고도 했다. 그 수련회 자리에서 남몰래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이후 명절 선물들에 대해 공무원들에게 우리사회의 관행적인 명절 선물이 갖는 폐해에 대해 취지를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고 있다.

간혹 어떤 이들은 으레 한번 해보는 사양이겠거니 하며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경우도 있다. 교육청의 모 간부가 의원실에 찾아와서 상품권을 내놓았다.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잘못 이해했던 모양이다. 다시 사양했으나 기어이 놓고 가려 한다. 문밖을 나서는 교육 공무원의 뒤통수를 향해 상품권이 담긴 봉투를 우악스럽게 내던져 버렸다.

어떤 공무원은 우편으로 상품권을 보내왔다. 그러면 거절하지 못하겠지 했던 모양이다. 할 수 없이 다시 우편으로 돌려보냈다. 3년여 시간이 지났으나 여전히 명절 선물은 오고 있고 되돌려 보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막무가내에는 우악스러움으로 맞서고

택시업계의 부가가치세 경감분 사용에 대해 시정질문을 준비하고 있을 때다. 택시사업조합 이사장의 의원실 방문이 잦아진다. 시정질문 내용을 녹취해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그러시라고 한다. 안 통한다 싶었던지 이제는 달랜다. 자신이 경영하는 골프연습장을 이용하라고 하신다. 후원회를 꾸려주고 싶다고도 하신다. 주유권이라며 봉투도 내민다. 의원을 매수하려는 것이다. 정중히 사양한다.

물론 거절하지 못하고 받는 경우도 있고 고맙게 받는 때도 있다. ‘시금고’ 조례 제정안을 준비하고 있을 때다. ‘시금고’ 은행 노동조합에서 나를 설득하는 일을 맡은 모양이었다. 몇차례 만나 토론을 했지만 명분과 논리가 서로 달랐다. 시민의 이익을 위해 공정하게 경쟁하라는 주장을 굽힐 수가 없었다.

얘기를 마치고 나서는 길에 여성 부위원장님께서 로션 한 병을 꺼내 놓으신다. 업무관계가 진행 중이었지만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마음의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또 의원들이 해외 연수를 다녀오며 사 오신 립스틱도 고맙게 받았다. 보육조례제정 운동의 실무를 맡으셨던 선생님이 수고했다며 건네주신 장갑도 잘 끼고 있다. 공부방 선생님들이 고맙다며 사주신 책도 잘 받았다. 그러나 선물과 뇌물의 차이가 백지 한 장보다 가까워 언제나 망설이며 조심스럽다.


일용직 추천마저 거부할 때 마음이란

아차 싶어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다. 올 봄 기아자동차 채용비리문제로 지역이 온통 술렁거렸다. 모모 시의원도 청탁했을 거라 하고 모모 인사도 관여되었을 거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노동계 의원이니 당신도 관여되지 않았느냐는 은근한 물음의 눈빛들도 있었다. 시의원들에게 추천권을 주었다는데 조용히 제보를 해달라는 언론사 기자들의 성화도 있었다.

아주 간혹 인사 청탁을 하는 시민들이 있다. 지하철 개통을 앞두고 철도공사가 설립되고 곧이어 직원모집이 있었다. 이력서와 관계서류를 꼼꼼히 챙겨서 찾아오신 어느분이 자신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 새치기 인사, 무자격 인사 등에 대해 날을 세우는 민주노동당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증심사 입구에서 서명운동을 하며 인사를 나누었던 오십대 실직가장 한 분이 어느날 의원실을 찾아 오셨다. 드링크 한통을 사들고서. 가방에서 가족사진을 꺼내 놓고는 내내 할 말을 하지 못한 채 뱅뱅 말을 돌린다. 어렵게 정말 어렵게 시청의 일용직 자리가 비었는지 물어 오신다.

가슴이 턱 막혀 온다. 실직가장의 고통이 전해온다. 그러나 할 말이 없다. 이런 분들이 어디 한둘인가. 나는 추천을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민주노동당 의원의 처지를 설명했다. 공개채용의 길을 열고 추천을 제도화하는 일을 하겠노라고. 오늘 선생님을 총무과에 추천하면 그것은 청탁이라고. 무겁게 일어서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렵게 꺼낸 말을 어렵게 거절하며

대기업이 많지 않은 광주에서 기아자동차에 취직하는 일은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다. 사촌동생이 대리 운전을 하며 어렵게 자식 둘을 키우고 있다. 번듯한 대학을 졸업하고도 날밤을 새며 일하는 자식 때문에 작은어머니는 늘 마음 아파 하셨다. “너 성가시게 안 할라고 했는디…” 하시며 어렵게 말씀을 꺼내신다.

기아자동차에서 사람을 뽑는다고. 취직부탁이다. 평소 의정활동에 관심을 보여주시던 노동조합 위원장님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작은어머니 얼굴도 떠오른다. 하지만 끝내 “저에게 그런 힘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아마 많이 서운하셨을 것이다.

홈페이지에 올린 의정일기에 어느 분이 댓글이 달아 놓으셨다. “청탁과 추천의 차이를 한번 생각해 보라”고. 그 밑에 또 다른 분은 이렇게 댓글을 달아 놓으셨다. “잘하신거네요. 원칙은 살아 있어야 하듯이 청탁과 추천의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구분하며 생활하기란 너무 어려운 게 현실이지요. 또한 추천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청탁 아니면 압력으로 작용할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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