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5일 노사정위원회는 2년간의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논의를 종료하고 그 결과를 정부에 이송하였다. 2003년 9월 당시 많은 기대를 갖고 시작한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이었지만, 논의를 시작한지 6개월도 안되어 한국노총은 불참했고, 민주노총도 참여한 노사정대표자회의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결국 노사정간 실질적인 대화는 진전되지 못하였다. 다만, 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2004년 12월 노사정위원회 내에 구성된 미래노사관계기초위원회를 통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노사관계 선진화 입법’은 말 그대로 그간 불합리하고 왜곡되었던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노사관계법을 정비하고 노사관계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선진 노사관계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노사 당사자의 성숙한 태도와 노사관계 관행이 합리화되어야 함과 아울러, 사회적 여건도 함께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며, 노사관계 법·제도를 선진화 하는 것은 노사관계 선진화의 기반을 정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사관계 자율성과 책임성 제고 위한 것

노사관계를 선진화·합리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ILO는 1993년 이후 13차에 걸쳐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 필수공익사업 축소 등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향상을 위해 노동관계법 개선을 권고하여 왔다. 노동계는 끊임없이 노동기본권의 신장을 주장하였고, 경영계는 다른 나라처럼 유연한 노동시장 여건을 마련해 달라고 한다.

이러한 노사의 염원과 국제기구의 지속적인 권고사항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이행하기 위해 2003년 5월 노사관계 전문가, 학자 등 15인으로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위원회’가 구성되었고,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이 제시되었다. 전문가 그룹이 심사숙고하여 만든 것이지만,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틀을 바꾸는 일인 만큼, 노사정간 심도 있는 토론과 협의가 필요하다. 물론,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는데 노사의 완벽한 합의를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지금과 같이 아예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사안이 복잡할수록 맨 처음으로 돌아가 왜 우리가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를 추진하려고 했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노사경쟁력은 세계 최하위권으로 평가되고 있고, 국제기구는 노동기본권 제고를 위한 권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노사 모두 기존의 노사관계 틀로는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2007년 1월1일부터 사업장단위에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이 금지된다. 또한 입법추진 뿐만 아니라 이후 노사와 정부가 준비해야 하는 과제들을 생각하면 선진화입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입법대상 범위 조정 가능 “머리 맞대자”

물론, 노사관계 선진화 입법을 추진함에 있어 그 입법대상을 반드시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위원회가 제시한 4개법 34과제 모두 일괄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노사정간 논의를 통해 입법대상 범위는 조정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9월7일 노동부는 기자브리핑을 통해 노사정간 협의를 통한 입법범위 조정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입법범위를 조정한다 하더라도 2007년 1월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 관련사항 뿐만 아니라 ILO가 개선권고한 사항과 선진 노사관계 구현을 위해 필수적인 사항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한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범위를 조정하여 입법을 추진할 것인지의 문제는 아직 남아있는 과제이며 이를 위해 노사정간 심도 있는 논의가 조속히 진행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노동기본권을 제고하면서도 노동시장의 변화에 적응 가능한 새로운 노사관계 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전체근로자, 수많은 경영자, 그리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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