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 최고위원회에서 1월 조기선거를 결정했다. 2년 임기를 다 채우게 되면 6월 지방선거와 겹치게 되고 지난 6월 최고위원회 1년 평가를 통해 ‘통합적 지도력’의 부재와 ‘쇄신’의 필요성이 이미 공론화되었기에 조기 선거 결정에 대해 당원들은 물론 언론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보수정당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동정부터 당내 다양한 계파 구도까지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에 비해 민주노동당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도 적을뿐더러 잘 다루지 않는 주제였다.

관심 모은 당직공직 겸직금지 존폐 여부

국회 기자실에서 조기선거 결정과 최고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제도개선위원회 논의 결과를 브리핑 했을 때 이례적으로 기자들도 관심을 드러냈다.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직공직 겸직금지 해제 여부였다. 당내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고 팽팽한 긴장까지 보여준 무임소 7인 최고위원 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특정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관심이 없었다.

언론은 이번에 당직공직 겸직이 풀려서 의원이 대표가 되느냐 여부에 관심을 모았을 뿐 당내에서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제도개선’의 의미는 안중에 두지 않는 듯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언론뿐 아니라 당내 논의 역시 지난 1년 새롭게 시행된 ‘최고위원회’ 제도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이 근본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제도개선 논의 중 중앙당 집행시스템에서 홍보위원회로 통할·운영된 대변인실이 대표 직속기구로 재편되는 안이 이견 없이 제출되었다. ‘대변인’의 역할이 이 제도와 직접적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제기되고 있는 ‘원내외 이원화 문제’ 와 당내 다양한 세력에 대한 ‘통합적 지도력’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이기에 중앙위원회에 앞서 당내 논의가 조금이라도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평가도 못하고 대안도 내지 못한 제도개선위원회

여성할당제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 문제제기 되어 내가 뒤늦게 ‘할당’으로 제도개선위원이 되었다. 내가 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을 때 이미 위원회는 여러 쟁점에 대한 논의를 마친 상태였다. 제출된 각각의 안에 대해 위원들의 의견을 확인한 결과, 정수축소 문제를 포함한 종합안을 만들지 못하고 각각의 안에 대해 다수안-소수안으로 정리하여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게 되었다.

현재 13명의 최고위원(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의원단대표, 노동할당, 농민할당, 무임소 일반명부 3인 여성명부 4인) 구성에서 정수 축소의 필요성을 대다수 위원이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문할당과 여성할당 당3역 별도 선출을 조합한 정수 축소안은 만들 수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제도개선위원회의 논의를 종합하면, ‘현 제도는 문제가 있다. 구성과 선출방식 모두. 그런데 결론은 현실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수조정 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했다. 각 사안에 대해 분절적 논의의 종합안은 가능하지 않은 게 당연한 것이다.

제도개선위원회 논의 결과를 종합하면 당직공직 겸직금지 해제, 최고위원회 구성 중 담당 명시 삭제, 무임소 최고위원 투표방식이다. 이 안도 위원회 안을 내지 못하고 다수안 소수안으로(다수안 1인1표, 소수안 1인7표). 최고위원회 역시 이 안에 대해 당직공직 겸직금지 해제안을 위원회 안으로, 선출방식은 3가지 안(1인7표, 1인1표1표, 1인2표2표 안을 모두 제출할 예정)으로 제출하여 중앙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제도개선위원회 논의가 마무리 단계였기에 내 문제 제기가 한계가 있었으나 마지막 회의에서 나는 ‘제도개선위원회 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위원회가 ‘종합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내가 제출한 종합안은 최고위원 정수를 9명으로 축소하자는 안이다. 변형 순수집단지도체제형으로, 대표(당원직선) + 선출직 5인(1인1표. 종다수득표자 당선. 별도명부 없는 3인 여성할당) + 의원단대표 + 부문할당 2인(선출방식 당내·부문할당 명부에 등록하여 당원 직선).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선거 시 지원 표기해서 당원들의 심판 받고 구성 이후 호선, 나머지 선출직 3인은 주요 집행부서장을 맡거나 사실상 부대표 기능을 맡을 수 있다.

내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져 지역 순회토론회와 최고위원회 보고자료로 제출되었으나 얼마나 공론화 될지는 미지수이다. 나는 내가 제출한 안을 불변의 안으로 고집할 생각은 없다. 지금이라도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민주노동당의 제도에 대해 원 취지가 무엇이었는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제도였는지 꼼꼼이 따져보고 당의 결정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안을 제출하였다.


최고위원회 제도 도입은 집단지도체제 구현을 위한 것

최고위원회제도가 새롭게 도입된 가장 큰 의미는 집단지도체제의 원리를 구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행 최고위원제는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다. 당3역을 별도로 선출하고 임명직에 가까운 부문할당 최고위원에 다수집단이 독식할 수 있는 무임소 7인 선출방식 모두가 그렇다. 당발전특위안부터 집단지도체제 원리를 담아내지 못했고 논란 끝에 중앙위가 1인7표를 결정하여 집단지도체제 취지와는 무관한 새로운 지도체제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최고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지 불과 1년만에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든 이유가 있다. 이것이 단지 사람의 문제였다면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고위원회 제도가 집단지도체제 원리를 구현하는 제도였는가? 통합적 지도력 부재 현상은 왜 나타났는가? 원내-원외 이원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에 대한 논의도 무성했고 수많은 새로운 제도에 대한 모색이 있었으나 결론은 겸직금지를 푸는 것과 선출방식을 바꾸는 문제로 귀결되었다.

위원회 논의의 문제점은 현행 최고위원회 제도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집중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분절적 논의로 끝났으며 최고위원회 역시 이를 벗어나지 못한 안을 확정했다. 최고위는 급기야 ‘임시당대회는 치르지 않는다’는 결정까지 하고 말았다. 다양한 제도개선안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당대회 논의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위원회 안은 중앙위에서 멈춰도 되는 안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를 벗어난 제도개선안이 논의되기를 바란다

10월 8일 중앙위원회에서 제도개선안을 논의하고 확정한다. 중앙위원회가 지난 1년여 당의 지도체제에 대해 제대로 평가를 해낸다면 그에 맞는 대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개선이다. 국회 정개특위가 정개협 논의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기득권을 지닌 현 국회의원들이 선거제도를 바꾸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판단을 우리 국민들이 하고 있다.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 제안 역시 정치개혁 목적보다 정개개편 의도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에 소모적인 논쟁으로 끝났다. 민주노동당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있다.

최고위원회가 제출한 제도 개선안은 국회가 선거구제를 바꾸지 못하는 것과 결과적으로 같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안이다. 중앙위원회에서도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별반 개선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당원들뿐만 아니라 국민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앙위원회에서는 당의 발전을 위한 올바른 제도의 방향이 무엇인지 이해관계를 벗어난 깊이 있는 논의와 당의 지도체제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개선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최고위원회가 스스로 조기선거를 결정했을 때 당원들과 언론이 반색했을 때처럼, 이번 중앙위 논의가 당원들과 지지자들 모두가 환영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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