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진행된 문화관광위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도 '삼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KBS의 주인이 삼성이냐"며 최근 '열린채널'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었던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감독 태준식)'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에 대해 불과 방영 이틀 전에 보류 결정을 내려진 것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는 지난 2003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미술가 구본주씨의 생명보험 지급문제와 관련해 삼성화재가 고인의 예술인 경력을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된 사건을 담은 다큐멘터리. 유가족·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청구, 현재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다.

천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이미 KBS의 <시사투나잇>이나 <세상의 아침> 등에 방송되었던 소재였음에도 9월8일 삼성화재의 공문을 접수한 뒤 바로 그날, 재판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시청자위원회 산하 시청자프로그램운영협의회의 방영결정을 일방적으로 뒤집은 것은 시청자 참여권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천 의원에 따르면, KBS는 지난 8월12일 이 프로그램의 방송을 결정했으나, 방영 이틀 전인 9월8일 삼성화재로부터 공문을 접수한 직후 심의심에서 방송보류를 결정했다. KBS는 "방송심의에관한규정에 따라 재판이 계속중인 사건을 다룰 때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천 의원은 "공영방송 KBS가 누구를 위한 방송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방송법의 한계가 있더라도 KBS가 적극적으로 시청자프로그램의 방영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함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삼성의 압력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따져물었다.

아울러 천 의원은 "열린채널의 시청자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한 일방적인 심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2004년 12월3일 <외대뉴스제작단>이 제작한 ‘국가보안법과 한총련’, 지난 7월23일 하이닉스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룬 ‘우리는 일하고 싶습니다’ 등이 시청자위원회 결정을 무시하고 방영 직전 방영보류 판정을 받았다"며 "열린채널의 독립적인 운영기구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이 결정을 무시한 채 심의실에서 방송 보류 판정을 내린 사태가 근 1년 사이 벌써 세 번째나 발생했고 더욱이 하이닉스 방송 보류 사태가 발생한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또 이런 문제가 재발한 것은 더더욱 납득이 안 가는 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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