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부터 각각 다른 공간에서 활동을 했지만 우리에겐 공통의 ‘분노’가 있다.
여성당직자의 공통의 ‘분노’
첫째는 ‘아침 출근하면서부터 차이나는 남성, 여성활동가들의 행동’이다. 출근하자마자 개인 컴퓨터를 켜고 신문을 읽으며 뉴스를 훑는 남성. 부팅이 될 때까지 널부러진 신문과 자료들을 치우고 컵을 일제히 걷는 여성.
누군들 우아하고 고상하게 모닝커피 한 잔 하면서 그날의 톱뉴스를 평하고 정세를 판단하고 싶지 않으랴. 아침부터 상쾌한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전 날의 뒷정리부터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출근 후 행동 양태는 남성과 여성이 확연하게 달랐다.
혹자는 내가 이 일에 분노하는 걸 보고 ‘컵 씻고 청소하는 일이 신문을 보고 정보를 모으는 일보다 덜 가치 있는 일이냐? 어떻게 노동운동 했다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럼 다시 묻겠다. 이 판에서 ‘오로지 컵 잘 씻고 청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조직의 대표’가 될 수 있냐고? 오히려 직책이 높아질수록 그 횟수가 더 적지 않냐고.
두 일에 대해 비교해서 가치판단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높은 의식을 요구한다. 아직 우리사회가, 운동진영에서조차 훨씬 더 성숙되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어쨌든 ‘아무나 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지만 ‘누구든 하기 싫어하는 일’을 여성이 주로 한다는 것, 그것 참 화나는 일이다.
역사는 왜 밤에 이뤄지는가
둘째,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고 했던가. 역시나 이 판에서 알짜배기 정보교류와 일, 사람관계의 핵심은 주로 깊은 밤, ‘뒷자리’에서 이루어지기 일쑤였고 아무나에게 전수(?)해주는 법도 없었다. 낮에 공공연하게 얘기 되었던 것도 하루 밤 지나면 크게 달라져 있었던 일들도 있었고, 이미 무언가 결정되어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폭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나 또한 이 문제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못했을 때는 그런 정보를 얻고 노하우를 전수 받는 것이 무슨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인 양 힘에 부쳤지만 자주 따라다니곤 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육아를 책임지면서 활동해야 하는 활동의 조건이 달라지자 나 자신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러한 풍토에서 소외되거나 탈락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대체로 여성 활동가라는 것도.
아주 단순하고 사소해 보이는 두 일은 이미 운동진영에서 많이 얘기되어왔고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다하지만, 여전히 그런 일로 차별과 소외를 느끼고 분노하는 여성이 많다.
일상의 부당한 차별 해소부터
얼마 전 민주노동당 제3차 중앙위원회에서는 2006년 지방선거방침에서 여성후보 진출 확대를 위한 강제할당제도를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킨 적이 있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제도를 통해서라도 현실과 의식을 강제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불합리한 제도에 분노하기 보다는 더 가까이 느끼는 일상의 차별이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
여성들이 무수히 외쳐온 일상의 부당함과 차별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하려고 하는 노력에서부터 제도는 채워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함께 활동하는 남성 동지들이 물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왜 그렇게 화가 나고, 부당하게 느껴지는지를.
그냥 두고 있다가 함께 청소를 하자고 제안하세요.
제가 있는 지구당은 그래요.
글구, 저는 상근 부위원장인데요, 저를 찾는 당원들과 제가 주도하는 당원회합이 많은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전 습관적으로 컵설겆이와 뒷 정리를 합니다.
제 소견에는 그런 대구지역의 당조직에서는 현상은 심한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제 생각에는 제가 있는 지구당의 이런 풍경은 민주노동당에서 보편적인 것이 아닐까합니다.
물론, 저도 우리민주노동당에서도 가부장적인 질서가 곳곳에 숨어있다고 보며, 저도 때로 화가 많이 납니다.
특히나 위원장이나 당 지도부를 장악한 세력에 따라서 편차는 있겠지요.
제가 있는 지구당은 위원장이 바뀌고나서 가부장적인 문화가 좀 더 많이 나타났다고 봅니다.
위원장이 바뀌고 갑자기 "언니","오빠", "형님"하는 정치가 나타났으니까요!
그러면서도 그런 수준의 정치를 지닌 여성간부가 여성주의를 말 할때는 기가 막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