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고용불안정성, 실직 또는 해고, 젊은층 취업의 어려움, 중장년층의 재취업 등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완전고용의 필요성, 사회적 일자리의 창출,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비한 노동공급 등이 우리사회에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일자리와 노동공급에 대한 논의는 대상과 방식은 달라도 중요한 것은 일자리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담론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의 불안정성과 일자리의 부족이라는 차원에서 물론 여성은 남성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처해있기 때문에 모든 여성은 아니지만 많은 여성의 현실은 남성에 비해 더 열악한 경향이 있다. 

노동의 질을 이야기해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어떠한 형태로든지 일이 있어야 하고 노동자의 생애주기에 관계없이 적절한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반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일자리에 대한 담론과 요구가 노동의 질에 대한 논의를 뒷전에 두고 또는 전혀 병행되지 않으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일자리도 없는데 무슨 타령이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구호품으로 주는 음식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라도 음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지덕지 먹어야 하는 상태와 마찬가지라고 본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일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이 이루어져야 하는가는 일에 대한 의미, 보수, 노동자의 건강, 사회적 보호체계로의 편입 등 매우 다양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일자리에 대한 강조가 노동의 질에 대한 논의 없이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노동세계는 매우 황폐화되어지고 노동자의 생계수단뿐만 아니라 삶의 중요한 영역으로서의 노동에 대한 의미는 상실되고 말 것이다.

더욱이 미래에는 노동의 질에 대해 노동자는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말아야 하는 영역으로 치부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 현재 노동의 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미래에 노동환경의 구체적 내용에 통제하는 권한을 더 이상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양성평등이 노동의 질에 중요한 작동

여성노동과 관련하여 한편에서는 고용상의 남녀차별이나 직장과 가정양립의 방안이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고용의 증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고용문제와 함께 보다 광범위하게 노동의 질 향상을 위한 전략적 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자신이 수행하는 노동환경에 대한 권한도 사라지고 일자리를 위해 기업주와 때로는 정부에게 의존하는 상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2003년의 유럽연합의 고용지침에는 완전고용, 노동의 질과 생산성, 사회적 통합이라는 세 가지 목표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노동의 질’은 직업의 특성과 노동시장 양자를 포괄하는 다차원적 개념으로서 작업 고유의 질, 숙련, 평생학습, 성(?)평등, 작업안전노동시장으로의 통합, 작업조직, 사회적 대화, 차별철폐 등을 포함하고 있다. 즉 직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매우 포괄적인 영역을 내포하고 있으며 특히 양성평등이 노동의 질에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다. 

노동의 질, 여성노동자에겐 더 시급

우리사회에서 1970년대, 80년만 하더라도 노동의 질에 대한 논의가 적어도 연구자와 노동운동세력에서는 존재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는 먹을 것은 많아졌을지 모르나 더욱 자본주의의 파도에 밀려 오히려 생존의 위기를 더 느끼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노동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결국에 경제적인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보아 노동의 질 향상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처럼 우리도 노동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의 질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다. 이는 특히 남성노동자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에게 보다 더 시급한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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