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주 한국노동교육원 교수는 본지 대안연대 칼럼을 통해 지난 8월23일 ‘공무원노조, 이제는 단체교섭이다’와 9월15일 '현행법 하에서 합법적인 노조활동은 의미가 없는가‘라는 글을 통해 공무원노조의 특별법 거부 방침을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가 반론의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박태주 교수는 매일노동뉴스 대안연대칼럼을 통해 벌써 두 번이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게 공무원노조특별법을 수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조는 독약을 취하지 않을 만큼의 현명함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박태주 교수는 전국공무원노조가 임시대의원대회를 나흘 앞두고 있던 지난 8월23일, '공무원노조, 이제는 단체교섭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공무원노조특별법은) 단체교섭구조 만큼은 웬일이냐 싶으리만치 잘 설계되어 있다는 건 입이 비뚤어져도 사실”, “선진국 공무원 단체교섭구조가 급속히 분권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집중적인 구조를 보장한 것은 앉을 자리에 방석까지 깐 격”이라는 표현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박 교수의 의도가 설마 그렇기야 하였겠는가마는 그 시점과 주장의 내용이 너무나 절묘하여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 뭇사람들에게 떠올랐고, 실제로 박 교수의 글이 대의원대회를 앞둔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들에게 적잖은 파장을 던졌음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조는 그 며칠 후인 8월2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공무원노조특별법 수용 거부 및 일반법에 의한 노동3권 쟁취를 압도적으로 결의하였다. 박 교수의 제언은 먹혀들지 않았다. 전국공무원노조 대의원들은 보약과 독약을 구분할 줄 알고, 산비둘기 빼앗는 대신 던져준 박쥐를 새랍시고 덜컥 받아안을 만큼 어리석진 않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 때문일까? 박교수는 다시 9월15일, 같은 지면을 통해 “현행법 하에서 합법적인 노조활동은 불가능한가?”라는 물음으로 전국공무원노조에게 공무원노조특별법을 수용하라고 간곡히(?) 청하고 있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특별법에는 노동기본권이 없다

필자 약력
· 공인노무사
· 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률팀 부팀장
· 현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회원
· 전 노무법인 현장 소속
· 전 민주노총 공공연맹 발전산업노동조합
  정책법규부장
· 전 민주노총 공공연맹 교육위원
공무원노조특별법은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어도 괜찮지만, 노조법에 노동기본권이 빠져서는 노조법이라 할 수 없다.

단체행동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문제는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박 교수조차도 “국제노동기준에도 어긋나는 단결권의 과도한 제한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하듯이 공무원노조특별법은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 많은 악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공무원노조에게 합법화할 것을 요구하는 근거를 박 교수의 글을 통해 찾아본다면 “(공무원노조특별법 중) 단체교섭에 관한 규정은 몇가지 사족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법’에 속한다”는 이유밖에 없겠다.

그렇다면 정말로 단체교섭권만큼은 ‘제대로’ 보장되어 있는가? 잠시만 살펴보면, 특별법이 단결권 못지않게 단체교섭권을 제약하고 있음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먼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의 문제다. 교섭창구단일화 여부는 교섭당사자들의 자율에 맡겨져야 함에도, 단지 정부의 편의와 교섭비용만 고려하여 만든 특별법 제9조 제4항은 “정부교섭대표는 … 교섭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섭창구가 단일화될 때까지 교섭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참고로 똑같은 교섭관련규정을 적용받고 있는 전교조의 한 조합원은, 전교조와 한교조의 조합원수 비율은 10대1도 채 되지 않지만, 정부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때까지 교섭을 거부하고, 한교조는 교섭대표단을 5대5로 구성하자고 막무가내로 버티니 어쩔 수 없이 교섭대표단을 6대4로 구성해서 교섭에 임해야만 했던 과정을 “울며 겨자먹기”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울며불며 교섭대표단을 구성해서 교섭을 시작하려 들면, 기다리는 것은 단 한 걸음도 쉽게 내딛을 수 없는 지뢰밭이다. 바로 교섭대상사항 제한인데, “법령 등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제8조 제1항 단서)고 한다. 정책결정사항, 관리운영사항에 포함되지 않는 나머지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뿐인가? 지뢰 피해다니느라 당초 목표의 1/10도 안 되지만, 어쨌든 협약을 체결했더니 이번에는 “제9조의 규정에 따라 체결된 단체협약의 내용 중 법령·조례 또는 예산에 의하여 규정되는 내용과 법령 또는 조례에 의한 위임을 받아 규정되는 내용은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지 아니한다”(제10조 제1항) 고 쐐기를 박는다. 그렇다면, 그밖에 효력을 가지는 것은 무엇이 있을 수 있는가?

박 교수에게 한 가지 더 묻고 싶다. 총액인건비제가 전면시행 되고 공무원퇴출제도가 뒷받침되면, 공무원들의 임금은 단체장 마음대로 줄었다 늘었다 하고, 자칫하면 성과평가 하위 30%에 해당한다고 어느날 갑자기 퇴출당하게도 생겼는데, 특별법대로라면 이 문제가 과연 교섭대상인가 아닌가?

악법은 악법이다

공무원노조특별법 영업에 나선 장사치가 아니라면, 악법은 악법이라 말해야 한다. 박 교수의 주장에 따라 단체교섭권 보장 여부를 살펴보았지만, 도대체 어디를 보고 ‘제대로 된 법’이라 인정하는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즈음에서 박교수는 단체교섭권에 대해서만 파고들지 말고, 노동3권이 분립될 수 없는 일체의 권리라는 것을 학자답게 인정해주었으면 한다.

특별법은 단체행동권을 완전히 제한하고 있다. 단체행동권이 완전히 부인(否認)된다는 것이 단순히 파업만 할 수 없다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피켓팅도 쟁의행위의 한 유형으로 해석된다는 사실을, 특히 단체행동권이 완전히 부인되면 사실은 집단적으로 조끼를 입고 근무하는 행위조차도 쟁의행위로 해석되어 금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식한(?) 우리 노동자들은 모른다손 치더라도 박 교수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 교수가 “노동조합의 활동도 판례의 축적을 통해 법을 만들어가는 과정 즉 사적인 입법과정에 속한다”고 했던 바로 그 과정에서 만들어져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조합활동조차 가로막고 있는 판례의 경향이니까 말이다.

자, 그러면 공무원노조가 특별법에 따라 교섭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무턱대고 교섭을 거부하거나 성실히 교섭에 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일반법에서는 이럴 때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 할 수 있지만, 특별법은 단체교섭 거부와 단체협약 불이행 및 구제명령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조차 적용배제하고 있는데 파업은 고사하고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는 공무원노동자들이 교섭을 재개하기 위해, 협약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단체교섭권’만 따로 떼어 살펴보아도 도무지 ‘법’같지 않지만,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이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덧붙여 정부조직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시작한 현실까지를 고려한다면, 특별법이 정하고 있는 ‘단체교섭권 보장의 수준’은 정말 “비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수준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뱉지 말아야

박 교수는 ‘전 전문노련 위원장’이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공무원세계로 파고드는 신자유주의를 분쇄하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라도 조직의 합법화는 중요한 전제가 된다”고 근거도 없이 달랜다.

“공무원노조법을 부정함으로써 ... 자칫 게도 구럭도 함께 잃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은 없는가?”라고 얼르는가 싶더니, 내친 김에 “언론의 여론몰이와 국민들의 냉소적인 반응에 이어 정부의 강경대응이 따를 것이란 건 쉽게 상상할 수 있다”라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특별법을 수용하라고 강변한다. 여기까지는 애정어린 충고로 넉넉히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러나, 결코 당당하지만은 않을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의 경력을 ‘떡’ 하니 내거는 담대함에서 이미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밑으로부터의 반란’이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표현이라면 이러한 민주주의로부터 자유로운 노동조합은 없다”라고 하면서 은근히 전국공무원노조 내부의 이탈을 부채질하는 대담함까지 선보이는 것은 “넘어서도 너무 많이 넘어선” 것이 아닌가 한다.

자, 이즈음에서 박 교수의 애정어린 물음에 답하기로 하자.

험난한 길이어도, 다소 둘러가는 길이어도 정상으로 갈 수만 있다면 그 정도는 넉넉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낭떠러지로 연결된 길이라면 결코 그것은 길이 아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특별법이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고, 오히려 공무원노조를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로 만들고, 공무원의 노동자로서의 정체성마저 갉아먹는 법이라는 것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전국공무원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특별법 수용거부를 분명히 결의하였고, 이 결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몰아치고 있는 공무원사회에서 전국공무원노조와 조합원들의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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