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순안공항으로 들어설 때 공항에 줄지어선 북측주민의 함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등장을 예고했다.

김 대통령을 비행기 트랩에서 환한 얼굴로 맞이한 김 위원장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용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등 북한 권력서열의 핵심 인물을 대동하고 있어 북한의 최고실력자임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은 공항 영접 행사 내내 김 대통령에 대한 최대의 예우를 잊지 않았다.

공항에 나온 북측 고위인사를 소개하고 육해공군으로 이뤄진 의장대의 사열도 빼놓지 않았으며 준비된 차량까지 김 대통령을 안내하면서 이희호 여사의 위치까지 살피는 세심한 배려를 보여줬다.

처음 만나는 김 대통령과 차량을 함께 타고 김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초대소까지 가는 파격적인 대우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항상 그렇듯 남북 정상의 상봉 순간에도 '인민복'을 입고 있었으며굽 높은 구두를 신고 색깔이 약하게 들어있는 썬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특히 항간의 와병설 또는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설을 일축이라도 하듯 영접순간 내내 환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또 의장대 사열 때는 한 손만 슬쩍 들어올리는 친근성을 군인들에게 보여줬으며 의장대는 김 위원장이 주는 선물인 '은색보총'을 들고 있어 국방위원장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정부 관계자들도 김정일 위원장의 직접 영접에 매우 놀란 표정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김 위원장의 영접이라며 김 위원장의 '광폭정치'가 이번 기회에 발현된 것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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