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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타구 ‘자전거 네트워크’의 미래는 계속 될 것인가?
  • 박창규 보좌관(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실)
  • 승인 2005.09.1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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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현장밀착형 중소기업 지원체계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단은 도쿄 오오타구의 산업프라자를 방문했다. 현장조사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목원대학교의 박경 교수님은 이들을 ‘미니 경제산업성’이라고 소개했다.

오오타구의 자전거 네트워크를 만나다

예전에 필자는 청계천 세운상가에 대해 “청계천에서는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청계천 세운상가가 가지고 있었던 기술력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현장조사에서 필자는 일본 도쿄의 오오타구에 관해 “카마타역에서 설계도를 종이 비행기로 접어 날리면 2-3일 이내에 제품이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역시 오오타구의 집적된 기술력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지금도 흔하게 통용되는 말이다. 이렇게 일본 사람들은 ‘마찌코바 도시’인 오오타구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갖는 듯했다.

오오타구 산업경제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오오타구는 100년 전인 20세기 초부터 공장이 집적되어 일본의 산업화·근대화와 함께 변화해온 도쿄의 산업거점이다. 2차 대전 당시 군수산업이 주를 이루었고 폭격으로 공장 대부분이 파괴되었으나 이후 경제부흥과 함께 대기업의 전기, 철강, 특수금속 산업이 발달했고, 1950~60년대 일본 경제의 전성기에 농촌인력의 흡수와 이들의 숙련과정을 거쳐 하청 중소기업이 성장했다.

이후 대기업의 지방이전과 90년대 해외이전으로 오오타구는 현재 5~6차 단계의 하청기업들 약 5,000개(9인 이하 공장이 전체의 82%)가 20평방킬로미터 내에 집적되어 있는 ‘중소기업 네트워크’로 변모했다. 현재 전체 중소기업의 약 85%가 기계, 금속, 가공업종인데, 통역을 해주신 분의 말에 의하면 한때 이 지역이 금속노조 노동운동의 중심이기도 했다고 한다.

주거·공간의 분리와 조화정책으로 지역별 특색을 갖춘 오오타구에서 ‘기계금속가공과 전기관계’지역을 직접 둘러보며 말로만 듣는 오오타구의 ‘자전거 네트워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의 중소기업들은 2-3명의 가내공업이 주를 이루는데 금속의 구멍만 뚫는 공장, 동그랗게 금속가공만 하는 공장, 금속의 표면처리만하는 공장, 도금만하는 공장 등 특정분야의 심화기술을 보유한 작은 공장들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중심기업(Key Company)을 매개로 “자전거로 한바퀴 돌리면 제품이 나온다”는 이곳의 전형적인 생산시스템을 통해 토요타, 히다치 등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으로부터 작은 수량의 신제품·신기술개발 제품을 주문받고 납품한다. 우리 현장조사단이 방문했던 금속가공기기 부품의 구멍만을 뚫는 공장의 사장은 옆 공장의 누군가와 새로운 주문에 대한 상담과 간단한 수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새로운 주문을 소화해내는데 필요한 설계도면은 이 공장 사장의 머릿속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오오타구의 고민


다시 오오타구 산업플라자로 돌아오면서 한국에도 이렇게 기술력이 뒷받침된 중소기업 집적단지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장인(匠人)정신이 바탕이 되고 있는 이 오오타구의 자전거 네트워크가 “제조업의 위기시대”의 중소기업 대안모델로 국내에도 소개될 만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지난 5월 조승수 의원과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조업 공동화 토론회’에서 한 발표자는 한국의 “중소제조부문의 활력이 감퇴하며 고용이 정체되는 특수한 유형의 제조업 공동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는데 과연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결국 이 오오타구의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의 특정한 수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역마다 하나같이 정보통신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만이 먹고살 수 있는 기술이라는 성장과 경쟁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며 첨단산업 중심의 불균형 성장론을 지역경제 발전의 목표로 내세우는 한국의 정책과 비교하면 훨씬 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지역산업정책이라는 점이다. 국가가 주도할 성장산업과 지역경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지역의 중소기업·전통산업 육성책은 구별되어야 한다.

사실 오오타구의 중소기업체수는 1983년 9,000개 수준에서 20년이 지난 2003년 현재 약 5,000개 수준으로 떨어졌고 당연히 네트워크 수도 감소했다. 기술을 가진 장인들의 고령화로 네트워크의 한 부분이 무너지면 전체 네트워크가 없어지게 되는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밖에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문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오타구 ‘자전거 네트워크’의 미래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고민꺼리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고민에 대해 오오타구의 산업경제부장은 기술의 종류를 첨단기술, 중간기술, 기반기술로 나누어 설명하며 특히, 기반기술은 산업구조조정에 따라 어떤 첨단기술이 쇠퇴해도 계속 남게 되는 기술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정부의 공식발표는 아니지만 정부도 이와 같은 오오타구 중소기업이 가진 기반기술을 “대기업 기술의 기반”으로 인식하고 “발전가능성과 의욕을 가진 중소기업에 대해 선택적인 지원을 한다”고 강조했다.

오오타구내의 전체 중소기업의 기술을 데이터 베이스화하다

오오타구는 10년 전 산업플라자 PIO(Plaza Industry Ota)를 설립해 기술향상을 위한 기술센터, 제품의 교역센터, 다양한 정보가 교류되는 베이스 기지로써 도쿄도와 오오타구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산업플라자는 산업의 재활력을 위해 광범위한 협력을 중심으로 미래의 산업정책을 구상하는가 하면 종합 컨설팅과 경영 및 기술지원, 다양한 산업간의 협력증진, 정보제공을 하고 있다. 특히, 기술력은 가지고 있으나 경영능력이 부족한 오오타구 중소기업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수·발주 알선사업을 하고 있는데 5명의 전문인력이 전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 관련 산업의 중소기업에게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이 산업플라자는 오오타구가 가진 기술을 분류하는 노하우(know-how)가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산업플라자는 오오타구의 모든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화해서 인터넷과 책자로 공개하고 있으며, 30개 도시의 주요기업에게 무료로 그러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제품편, 부품편, 가공분야편, 기타 제조업편으로 대분류를 하고 철강, 비철금속, 일반기계장구, 전기전자기기, 운송운반기기, 화학공업, 화학공업제품, 주택구성재 등으로 중분류를 한 이 데이터베이스는 오오타구 기술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대단한 자료인데 상호, 소재, 대표자, 설립연도, 자본금, 종업원수는 물론 보유한 설비나 기술과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과 기술, 자기 중소기업만의 특징까지 담고 있다. 이 세심한 행정당국과 민간기관의 노력에 다시 한 번 놀랄 뿐이다.

일본의 중소기업 현장조사를 마치며 일본의 노동운동가들과 개혁적인 경제학자들이 집필한 한권의 책을 얻었다. <글로벌화시대의 중소기업문제>라는 제목의 이 책은 글로벌화와 중소기업의 기로, 산업정책·중소기업 정책과 노동운동, 고용구조의 변환과 노동자의 상태변화, 불황타개·지역진흥운동,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요구투쟁과 조직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조합운동, 중소기업의 고용창출, 재계전략과 노동운동의 구상 등 전체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일본의 노동운동, 특히 중소기업 노동운동의 고민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이 일본만의 고민이겠는가? 자본주의의 성장 양상으로 보면 일본 자본주의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한국 자본주의에서 중소기업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성화시켜야 할지에 대해 무거운 짐을 진 듯한 느낌이다.

박창규 보좌관(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실)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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