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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조직을 변화·발전시키는 일부터!규율과 약속, 기풍과 원칙 붕괴가 노동운동의 위기
어느 회의 때 있었던 일이다. 오후 2시가 회의 시작시간이었는데 1시40분이 되니 한 분이 회의장소에 도착했다. “일찍 오셨네요”라고 인사하고 “어떻게 점심식사는 하셨습니까?” 물으니 “아직 못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아니 아직 식사도 못하시고… 식사 먼저 하시죠.”

“괜찮습니다. 곧 회의 시작시간인데….”

5시간 넘게 걸렸을 거리를 달려오느라 밥 때도 못 맞춰 배가 고팠을 텐데도 그 분은 내색하지 않고 회의자료를 챙겨 자리를 잡았다.

“아직 회의하려면 밥 먹을 시간은 충분합니다. 식사하고 오셔도 아무 일 없습니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도로 쏙 들어갔다. 밥을 굶으면서 2시에 시작할 회의시간에 맞춰 온 그 분의 마음을 존중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야기 하나. 밥을 못 먹더라도…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더 난감해졌다. 그 분의 생각과는 달리 회의는 2시에 시작되지 못했던 것이다. 2시가 넘고 2시30분이 지나서야 자리가 채워지기 시작했고, 그 때서야 회의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아주 느긋하고 만족한 얼굴로 “앗따, 오늘 밥 너무 많이 먹어버렸네. 배불러 죽겠네”, “그래도 밥 먹었으니 커피 한 잔은 해야지” 라는 대화를 천연덕스럽게 나누는 것이 아닌가?

“밥은 못 먹더라도 회의시간을 지켜야지”라는 생각보다는 “회의시간에 좀 늦더라도 밥은 먹어야지”라는 분위기가 더 압도적인 게 현실이다. 이런 게 쌓이고 굳어지다보니 “어차피 회의시작이 늦어질 테니까 밥 먹고 천천히 가자”라는 ‘희한한 노동조합 회의문화’가 탄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더 나아가서는 “내가 회의에 늦으면 조직에 누를 끼치게 된다”는 조직적인 판단이 아니라 “회의시간에 맞춰 가면 손해다. 어차피 늦어질 건데 내 할 일(밥을 먹든, 누구와 얘기를 나누든, 업무를 하든, 그 어떤 일이든)부터 챙기자”라는 개인중심의 판단을 앞세우는 조직문화가 고착화된 것이 아닐까?

회의시간이 늦어지면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은 짜증나게 되고, 나중에 참가하는 사람을 불신하게 된다. 긴장이 없고, 감동이 없으니 회의가 힘 있게 시작될 리도 없다.

반면, 밥은 굶더라도 회의시작시간을 사수하고, 약속하고 결정한 회의시간에 회의가 기세 좋게 시작되면 서로가 감동이고, 힘을 받게 된다.

밥 한 끼 때문에 회의가 부실해지고 조직력이 약화된다면, 밥 한 끼를 굶고 물배를 채우는 한이 있더라도 회의시작시간을 사수하는 조직기풍과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야기 둘. 시민들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지난 9월11일 일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미군강점 60년 청산과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국민대회가 인천 자유공원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날 대회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동인천역에서 자유공원을 향해 평화롭게 행진하는 대오를 향해 보수단체 회원들이 물병과 돌, 계란, 흙을 집어던졌다. 경찰이 그들의 행패를 가로막았지만, 그들은 조끼를 입은 참가자를 발견하자 7~8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집단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흥분한 그들의 입에서는 “빨갱이 새끼”, “죽여라”라는 말이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60년 전 해방공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 험악한 모습 앞에서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주민들은 비명을 질렀다.

자유공원에서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에 보수단체 회원들은 언제 가져왔는지 계속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평화적인 집회를 방해했다.

그러나 6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도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대화가 통하지 않는 그 답답한 현실, 집단폭력이 난무하는 그 상황에 참담한 기분이었지만, 대회참가자들은 시민들 앞에 당당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아직 이념대립의 장벽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지만 곧 걷힐 것이라는 희망과,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역사는 결국 진보할 것이라는 낙관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리하여 2005년 9월11일 자유공원은 이제 통일을 향한 새로운 기지가 되었다는 뿌듯함과, 그 역사적인 날 그 현장에 함께 했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정작 시민들 앞에 부끄러웠던 것은, 집회가 끝나고 거기 앉았던 자리에 자료집이며 선전지며 깡통과 물병들, 담배꽁초와 휴지조각들이 무수히 나뒹구는 모습이었다.

자유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이고, 시민들의 것인 만큼 집회를 마치고 나면 깨끗하게 시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하지 않았을까?

자유공원이 이제까지는 이념대립의 상징장소였고 이제부터는 통일과 평화의 광장이 되기를 바랐다면 더더구나 집회 참가자들 스스로 버린 온갖 쓰레기들을 솔선수범하여 깨끗이 치워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부끄럽게도 집회장을 깨끗이 청소하는 집회문화는 정착되어 있지 않다. 집회장은 쓰레기장이 되고, 시민들은 집회참가자가 머물다 간 자리를 보며 혀를 찬다. 그래도, 요즘은 조금 나아진 것이 집회 마지막에 쓰레기봉투를 돌리거나, 청소할 대오를 남기거나, 용역회사에 청소를 맡기기도 한다. 집단적으로, 조직적으로 결단하면 아주 쉬운 문제이지만 자발적인 촛불집회 대오보다도 조직된 집회 대오의 뒷마무리가 훨씬 더 형편없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집회투쟁 내용과 집회장을 쓰레기더미로 방치해두는 것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일상활동에서부터 감동과 변화를 조직하자

감동과 변화를 만들지 못하는 곳에 위기가 싹튼다. 앞의 두 가지 이야기가 어쩌면 사소한 이야기이고, 비본질적이며 지엽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회의와 집회가 노동운동의 주요한 활동이자, 세상을 바꿔나가기 위한 실천이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진보성과 도덕성, 개인중심주의가 아닌 조직중심주의, 집단성과 규율성, 인간과 사회에 대한 사랑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그럴 때 회의와 집회는 사람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키는 무기가 되고, 세상을 진보의 길로 이끌어나가는 실천이 될 수 있다.

노동운동이 위기라고들 말한다. 어려운 조건을 따지자면 언제고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자본은 자신의 속성상 끊임없이 노동운동 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때로는 폭력적 탄압으로 짓누르고, 때로는 분열공작으로 갈라놓고, 때로는 부패의 사슬로 얽어매려 한다. 정권은 제도적·정치적 힘으로 자본을 돕고, 언론은 거짓말과 여론몰이로 자본의 편을 든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조건일 뿐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 조건을 돌파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조건을 돌파하는 것은 사람과 조직의 몫이다. 노동운동의 일상적인 활동인 회의와 집회에서부터 감동과 변화를 만들자.

많은 사람들이 회의규율이 너무 없고, 회의가 형식적이며 지루하다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이 집회가 너무 무미건조하고 식상하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노동운동의 현주소이며, 자본과 정권과 언론의 포위를 뚫고나가려는 노동운동이 펼치고 있는 전선의 모습이다. 이 전선의 주인공은 따로 없다. 노동운동에 나선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이며, 이 주인공들이 지금 당장부터 회의와 집회의 모범을 만들고 내실을 다져나갈 수 있다. 나와 조직을 변화·발전시키는 일로부터 시작하자.

“남의 탓 하지 말고 문제의 해결책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라” 라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우리 스스로 규율과 약속을 지키지 않고, 기풍과 원칙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조직의 위기가 되고, 노동운동의 위기가 될 것이다.

* 필자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싣습니다.

바로잡습니다
위 기사에서 사실과 일부 다른 내용이 있어 바로 잡습니다. 당일 집회에 참석했던 인천의 독자분께서 편지를 보내오셨습니다. <편집자 주>


위 기사에서 '나와 조직을 변화·발전시키는 일부터!'라는 글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 글을 씁니다.


저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현장 활동가로 지난 9월11일 인천 자유공원에서 열린 미국 강점 60년 청산과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국민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당일 집회 마무리 후 인천지역 대회준비위 실천단 단원들과 함께 자유공원 곳곳을 빗자루와 쓰레기 봉투를 들고 청소를 한 바 있습니다.


단언하건대 당일 집회장 마무리 후의 모습은 불가피한 경찰과의 마찰이 빚어진 장소를 제외하고는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습니다. 실천단원들은 쓰레기봉투에 플라스틱 물병과 일반쓰레기를 분리해 담고, 방치가 아니라 쓰레기를 모아두는 장소에 봉투에 담아 질서정연하게 모아 둘 정도였습니다. 집회 방해를 위해 호루라기를 불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고개를 숙일 정도로….


인천지역에서 대회를 준비한 사람들 모두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집회 후의 청소문제에 대해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이는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자세라 여겼고, 당일 대회를 진보와 보수 세력의 대결로 몰고 가는 언론 또는 보수우익세력으로부터 불필요한 논쟁 등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였습니다.


물론 보수우익세력이 자유공원입구에서 행진대오의 합법적인 집회와 행진을 방해하면서 계란과 돌, 쓰레기 등을 집어던진 곳은 청소가 되어 있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보수우익세력들이 불법적인, 반도덕적인 만행을 저지른 장소였고, 책임은 그들에게 물어야 마땅합니다.


칼럼 가운데 "집회 후 쓰레기들이 난무했고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릅니다. 아울러 대회 당일 대회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께 인천시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익명의 현장활동가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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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9 2005-09-14

    집회후 청소에 대해 난 생각이 다르다.

    집회란 무언가?
    단지, 노조위원장 훈시듣고 결의문 외치고 줄 맞추어 행진하는건가?
    아니다.
    집회란, 특히 노동자를 비롯해서 이 사회 억눌리고 차별받고 소외된 자들이 모여서 해방을 외치고 느끼는 장소이다.
    최소한 그때, 그 장소만이라도!

    언젠가 들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너무 점잖다는 이야기.
    불란서같은 나라에서는 노동자집회 있는 날이면 그 주변은 난장판이 된다고 한다.
    심지어, 평소에 외상 잘 주지 않는 술집 간판같은 것은 박살이 난다고 한다.
    그래도 아무도 집회참가 노동자를 욕하지 않는다고 한다.
    집회란, 노동자와 사회적 소수자들의 집회란 그런 거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난 평소 어디서나 듣는 집회장 사회자의 마무리 멘트 "주변청소를 하시오!"-심지어 봉투에 담배꽁초까지 담으라고 할 때는 은근히 화가 난다.
    이런 장소에서 조차 "해방감"을 느끼지 못하고, 주변의 시선-그것도 제도언론에 의해 길들여진-에 굴복하는 꼴이 싫다.
    그때마다 맘 속으로 외친다.

    "너나 해라! 그래서, MBC,KBS 맘에 들어라. 그런다고 좋아할 지는 모르겠다. 암튼 난 싫다. 네놈들 맘 보다 나는 나 하고픈 대로 '발산'하고 싶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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