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과 정책위원회는 지난 8월29일부터 9월2일까지 일본 가나가와현과 도쿄 오오타구의 중소기업 지원체계 현장조사를 다녀왔다. 이들 지방자치단체들의 중소기업 지원책은 말은 많지만, 실효성을 떨어지는 한국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박창규 조승수의원실 보좌관이  <매일노동뉴스>로 현장조사 후기를 보내와, 13, 14일 2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IMF외환위기를 겪기 전인 97년 중반 즈음에 한국에서 28년째 근무하고 있던 ‘일본 상사맨’ 모모세 타다시씨. 그는 기계, 프레스, 열처리 분야에서 아주 특수한 기술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일본 도쿄의 ‘오오타구’에 있는 소규모 중소기업과 한국의 중소기업이 기술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발표했다. 일본 상사맨의 눈에 비친 한국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은 말만 하되, 실질적으로 필요한 일은 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지적이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벌써 20년이 넘게 수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오는 부품·소재의 양이 커지는 ‘대일무역 역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혜적 지원의 관점이 지배적이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는 여전히 일종의 사회적 관습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소기업 업체수와 고용자수의 비중이 비슷하고, 공장의 해외이전 문제와 지역의 산업정책 추진 경험을 우리보다 앞서서 하고 있는 일본의 중소기업 정책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과 정책위원회는 지난 8월 29일부터 4박5일간 일본 가나가와현과 도쿄 오오타구의 중소기업 지원체계 현장조사를 다녀왔다.  


산업다양화와 적극적인 기업유치

일본의 전통적인 공업지대중 하나인 게이힝(동경권) 공업지대에 속한 가나가와현의 상공노동부를 방문한 자리. 현장조사단이 던진 질문은 이것이다.

“왜 ‘선택과 집중’이 아닌 ‘다양한 산업의 육성’인가? 그리고 그동안 일본의 중소기업정책으로 강조되어 온 기업간 네트워크 정책보다 기업유치 정책이 강조되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여기에 대한 답변을 요약하면, 우선 이들의 문제의식은 지역의 경제성장세 둔화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따른 실업율 증가·고용불안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신산업의 창출정책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제조업 등 기존의 기업에 대해 기술혁신과 경영혁신을 현에서 지원해 고부가가치화를 꾀하며, 관광산업 등 지역생활밀착형 산업을 지원하는 가나가와현의 지역산업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1960, 70년대 지역 내 대기업 공장이 지방으로 이전한 이후 ‘대기업 연구개발형 모공장’과 ‘시작(試作)개발형 중소기업’의 집적지로 변신해 하이테크형 중소기업의 창업이 왕성했던 가나가와현은 바이오, 정보통신, 자동차산업 등의 주도적 산업과 기존의 관련 산업 그리고 서비스 산업을 연계한 ‘다양한 산업정책’으로 기업유치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현내에서 완결되는 산업연관 효과”를 실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바이오산업 센터가 전남, 전북, 충북, 충남, 강원 등에 천편일률적으로 설치되어 있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산업정책으로 자리잡지 못해 ‘아까운 자원의 낭비’라는 생각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우리나라의 지역산업정책과는 너무도 비교되는 구상을 가나가와현의 공무원들이 만들어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중소기업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각 광역시별로 중소기업청의 지방관서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역사무소가 있는 것이 아니고, 도도부현이 실질적으로 지방산업 지원을 통괄하며 다양한 지역산업지원 시설을 설립하고 있다.

3대 기본방향과 9대 기본시책으로 구성된 가나가와현의 <산업활성화지침>에 담긴 지역산업정책 추진전략에서 중요한 것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지원하는 정책추진 체계인데, 지역 중소기업 정책의 중핵기관으로써 역할을 하는 ‘(재)가나가와중소기업센터’와 가나가와현 산하의 유일한 공업계 연구기관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그리고 기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하는 ‘(주)가나가와 사이언스 파크’가 그것이다.

특히, ‘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주)가나가와 사이언스 파크’의 특징은 중소기업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기술지원·개발 정책과 구체적인 창업지원이다.

산업기술연구소는 2001년에 학자, 연구자,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기관평가위원회로부터 기관평가에 따른 두가지 제언을 듣게 됐다. 하나는 “자기 연구보다 중소기업이 원하는 기술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산·학·공의 조정기능을 좀더 강화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제언으로부터 시도된 지난 3년간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은 성공적이었다는 자평을 하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기관들은 과연 이런 평가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어떠한 요구를 하는지 확인할 필요성을 인식하고서 추진하는 중소기업 상담·의뢰실험의 양적인 증대, 3년·3배 운동을 위한 중소기업 직접 방문, 학회나 언론을 통한 자체적인 연구·개발 결과의 발표, 각종 실험장비 대여와 의뢰실험 등은 인상적이었다. 중소기업 기술지원을 통한 “중소기업 상품화 목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이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섬세한 배려와 의지를 확인하게 한다.

예를 하나 들면 열 이용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 아이디어를 가지고 금속을 구부리는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과 결합해 ‘고효율 이중관식 열교환기’를 개발함으로써 이 중소기업체로 하여금 이 제품의 사업화를 지원했다고 한다. ‘연구를 위한 연구과제의 설정’으로 기술개발사업의 사업화 성공률이 저조한 우리 현실과 비교되는 예이다.

또한 산업기술연구소는 산·학·공의 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현실에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중소기업과 대학간 연계와 관련 “대학-중소기업”, “대학-중소기업-대기업”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현내 기업의 보유기술현황을 조사하고 기술보상제도를 도입해서 데이터 베이스화가 했다고 한다. 

이러한 가나가와현 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유사한 성격의 기관으로 우리나라에는 ‘산업기술기반조성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되는 ‘전문생산기술연구소’가 있는데 이들 연구소를 포함해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기관의 운영에 대한 감사결과 ‘중소기업 의뢰시험의 지연’등의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기본에서부터 현장밀착형 ‘중소기업 기술지원 체제’를 만들기 위한 개혁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벤쳐육성에서 ‘기업가 정신’ 강조로 전환

일본 최초의 연구개발형 기업 인큐베이터 기능을 수행했던 가나가와 사이언스파크는 현재 정보통신분야, 바이오 분야, 제조업분야에서 약 60개 회사의 4천여명이 입주해 있다. 지난 20년간 기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해온 사이언스 파크는 현재 △1단계 꿈의 오피스 1년 △2단계 분할(shared) 오피스 3년 △3단계 창업초기(start-up room) 5년 등 총 9년의 창업지원을 통해 △4단계 연구개발(R&D) 건물동에 입주하도록 하는 창업지원 기능을 하고 있다. 우리 현장조사단을 안내했던 가나가와 사이언스 파크의 상무이사는 “창업지원의 핵심 포인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업가 정신”이라고 답했다. “연구자로써는 훌륭한데 기업가 정신이 모자란 사람은 오래 가지 못한다”면서 “‘연구자+중소기업가’의 협력이 성공할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랜 경험으로부터 “연구개발 내용이 5~10년을 내다봐야하는 과제는 창업성공이 어려우며, 2-3년 앞서가는 기술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조언도 한다. 또 벤처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판로개척과 자금지원 요구가 많다고 하는데 한국이나 일본이나 모두 이 문제는 공통의 관심이라는 생각이다.

일본 가나가와현의 중소기업 창업과 육성을 위한 인큐베이터 기능, 기술지원 제도를 한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산업정책 수립과 지자체-민간 협력의 중소기업 지원체계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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