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민주노총, 한국노총, 금속연맹 등에 난데없는 떡이 배달돼 모두들 의아스러워했다죠?

- 예, 현대미포조선 해고자였던 김석진씨가 이른바 복직 ‘턱’을 낸 건데요. 8년3개월간 자신의 복직투쟁에 함께 했던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방법을 고민하다 떡을 돌렸다는군요. 이번 ‘떡 배달’ 사건은 사실상 1차분이고요. 이번주께 인터넷 언론사들을 포함해서 2차배달이 예정돼 있습니다.

- 김씨는 복직과 함께 8년3개월간 지급되지 않았던 임금을 받았는데요. 변호사 비용, 빚 청산 등으로 임금의 반 이상을 사용했지만 함께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다 죽어가는 시체를 살려놓은 것’에 대해 감사의 표시를 꼭 전해야 할 것 같아 이 방법을 택했답니다.

- 이 뿐 아니라 김씨의 감사표시는 그동안 계속돼 왔는데요. 복직한 지 한 달여가 되는 시간 속에서 그동안 김씨와 함께 복직투쟁을 한 이들에게 식사대접은 물론, 투쟁사업장에 후원금을 지원하는 등 사실 한꺼번에 받은 임금이 지금은 거의 바닥날 상황에 처해 있답니다.

- 현대미포조선 장비운영부 시설장비반으로 복직한 김씨는 복직 이후 3,100여명의 현대미포조선 조합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고 하는데요. “죽었던 내 목숨, 우리 가족 살려준 동지들에게 평생 이 은혜를 갚겠다”며 “민주노조운동과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드라마일 뿐인데…

- 최근 모 방송국 드라마 내용 때문에 금융노조에 항의 전화가 왔다고 하죠?

- 정확히 얘기하면 '항의' 전화가 아니고 '항의'를 요구하는 전화가 왔습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KBS 드라마 '장미빛 인생'에서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극 중 남편의 직업이 '은행 대리'라고 합니다. 얼마 전 그 남편이 부인을 폭행하는 장면이 방영되자 다음날 금융노조로 몇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합니다.

- 내용인즉, "은행 대리들이 요즘 얼마나 격무에 시달리는 줄 아느냐, 바람피울 시간이 어딨냐. 금융노조 차원에서 방송국에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 이런 항의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설명하면서 "은행원들 노동강도를 줄이기에 노조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정치인은 정신 못차리고

- 요즘 세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비정규노동자들이 자살하고, 분신하고, 뛰어내리고…. 안타까운 소식이 줄을 잇고 있군요.

- 사람들이 그만큼 살기가 팍팍하다는 소리지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이라고 내 놓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때부터 전세값이 폭등해서 서민들이 답답함에 어쩔 줄을 모르고요, 정부의 마구잡이 카드 남발 정책과 비정규직 양산으로 급속히 늘어난 신용불량자들은 빚 독촉에 시달리며 숨 쉬시기도 힘들어하고요, WTO 협상에 분노한 농민들의 함성이 여의도를 뒤덮었고요, 청년실업자들이 일자리 구하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모습을 보니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형국입니다.

- 사람들이 못 살겠다고 이렇게 아우성을 치는 이 나라가 과연 OECD에 가입하고 ‘선진한국’을 주창하는 나라가 맞기나 한지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입으론 ‘민생’ 어쩌구 하면서 실제론 연정론이다, 선거제도 개편이다, 하면서 자신들을 뽑아 준 국민들의 아우성에는 관심도 없고 어떻게 하면 다음에 또 당선될까 하는 밥그릇 지키기에만 혈안들이 돼 있으니 이제 답답함을 넘어 화까지 치미는군요. 분위기 파악 못하는 정치인들의 별명을 ‘위기’라고 불러도 될 판입니다.

-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한가위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옛 선현들이 “더도 말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읊조렸다고 해서 분위기 파악 못하는 정치인들, 올해 한가위에 귀향해서 이런 말 하다가 자칫 큰 일 나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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