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하면 국민들이 떠올리는 첫번째 단어가 바로 식중독이다. 식중독 사고는 학교급식이 실시된 이래 매년 증가해 왔고 끊임없이 터지는 사건사고 뉴스의 단골 메뉴로 자리잡았다. 학교급식에 우리농산물을 사용하자는 주장이 국민적인 호응을 얻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신선한 식재료로 조리된 음식이 급식에 제공되면 식중독은 예방 가능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농산물 사용인가?

우리농산물 사용의 장점은 조금만 행정적인 정성을 기울이면 아이들이 먹는 배추와 무가 어느 지역, 어느 농가에서, 어떻게 재배되었는지까지 확인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70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일정하게 매일 급식을 하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의지만 가지면 무너져 가는 우리 농촌에 희망을 불어넣고 친환경 농업 확산의 기틀을 다질 수가 있다.

우리농산물 사용을 강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가? 당연히 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법과 조례에 우리(국내)농산물 사용을 명문화하고 그 방법을 적시하는 것은 튼튼한 토대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법개정과 조례제정을 간절히 바래왔으며 그렇게 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다.

'자살골' 판결…경남·서울·경기·충북 조례시행 발목잡혀

전국의 수백개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이 급식조례제정과 급식법개정에 힘을 기울여 온 것은 학교급식개선운동이 단순히 한끼 밥 때우는 문제가 아닌 우리 아이들 건강과 교육, 농업의 미래, 환경 살리, 주민참여자치 등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들의 호응과 동참은 순식간에 확산되었으며, 대부분의 시·도와 140여개의 시·군·구에서 조례를 제정하거나 제정작업을 진행하는 등 폭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정부는 청개구리마냥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나아가 급식에 우리농산물을 우선 사용토록 지원하는 것은 WTO협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대법원에 조례무효소송을 제기하였다. 전북을 시작으로 경남, 서울, 경기, 충북의 조례시행이 정부의 방해로 발목을 잡혔다.

지난 9월9일 대법원의 전북조례 무효 판결은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어시스트에 대법원이 자살골을 넣은 형국이다. 이번 판결에 한 급식운동가는 “전 세계적으로 자국 법원이 WTO의 손을 들어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우리농산물을 먹게 하자는 것을 두고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 대법원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해 막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분노했다.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은 이미 자국농산물을 학교급식에 법적, 제도적으로 우선 공급하고 있다.

정교한 프로그램 마련과 기초조례 제정에 역점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급식조례와 법개정 작업에 큰 차질을 빚고 우리농산물 사용이 매우 어려워진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는데, 우리가 급식에 희망을 버린다면 몰라도 절대로 그렇지 않다. 물론 경남, 서울, 경기, 충북의 조례 소송과 급식법개정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예상된다. 그러나 법원이 자살골을 넣었더라도 게임이 거기서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급식을 하는 이상 우리 농산물 사용, 무상급식확대 등 급식개선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국민정서와 거리가 먼 대법원 판결 이후 급식운동단체에는 회원가입신청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급식운동단체들과 민주노동당에서는 전 국민적인 지지를 믿고 우리농산물 사용 급식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하게 규정하는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 제정운동을 진행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무책임하게 대책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반대만 해온 정부를 견인해내는 작업에도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 당국자들은 앵무새처럼 우수농산물로 해도 실제로는 우리농산물 사용 지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기초지자체 조례의 경우는 우리농산물 사용을 명문화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그동안 정부측에서 이야기해왔기 때문에 기초 시·군·구 조례을 전국으로 확산시켜낼 것이다.

하지만 결국 최종 문제는 정부이다. 정부가 학교급식에 재정지원을 확대할 의지가 없는 한 급식개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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