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을 마치고 민주노동당 경북도당은 민생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하고 신용회복 119사업을 하기로 하였다. 경북도당 부위원장인 내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선거 때 구호처럼 외쳤던 신용불량자 400만 시대를 이제 지역에서도 민생사업으로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처음엔 신용회복사업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데다, 이런 사업의 경험도 전무 한 상황에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무엇보다도 당 사무실에 주민들이 발걸음을 할 것인지가 고민이었다. 또한 지역에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도 구분 못하는 분위기에서 제대로 될까 의문이었다. 

‘민주노총’ 후보로 출마하지 않았나요?

나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지역에서 출마하였다. 여성이 총선후보로 출마한 것에 대해 지역에서는 화제 아닌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알아보는 편이였는데 선거가 끝난 어느 날 택시를 탄 적이 있다. 그때 택시기사분이 어디선가 많이 봤다면서 곰곰 생각하더니 “민주노총 후보로 출마한 분 아니십니까”라는 것이었다. 사실 그때 나는 무척 당황하였다.

선거기간 내내 민주노동당 후보로 유세를 하고 TV토론을 하고 각종 공보물이 나가고 매일 언론을 장식했는데 나를 민주노총 후보로 기억하다니.

그랬다.
많은 시민들은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이고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으로 동격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지역에서 독자적인 민생정치활동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결과의 반영일 것이다. 

그곳에 가면 용하다던데…

이런 지역분위기에서 민생사업을 한다고 누가 우리를 찾아올까 하는 고민이 있는 것이었다. 시내 주요 거점에서 홍보전단지를 돌리고 상가를 방문하고 현수막을 개시하여 상담일이 되어 뚜껑을 열자 이제까지의 걱정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0여평 사무실에 약속한 시간도 되기 전에 빽빽이 들어선 상담자로 북새통을 이루고 우리는 입술이 부르트게 상담을 하였다. 서민들의 고통의 지점이 어디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정치에 목말라 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는 날이었다.

그날 이후 상담은 지금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일명 “그곳에 가면 용하다던데”로 통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당사에는 신용회복 뿐만이 아니라 각종 민원이 접수되기 시작하고 있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골치 아픈 민원이다. 이미 해당 관청을 거쳐 청와대까지 접수한 민원 등 하다하다 안되어 혹시 하는 마음으로 기대 반 의구심 반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당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고 또 모르는 문제가 대부분이고.

일단 접수하고 해당 관청에 전화하고 변호사에 중앙당에 질의하고 정보를 뒤적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돈도 없고 소위 빽도 없는 서민들의 고충을 당이 껴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한 그것이 민주노동당의 존재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주민 속으로, 민중 속으로

지난 총선 때 선거구를 돌며 유권자를 만나던 중 한 시민이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아니 이렇게 나이도 어린 여자가 어떻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어요? 정치에 무슨 맺힌 한이라도 있나 봐요.”

물론이다. 나는 한이 많다. 아니, 이 땅에 민중들은 한이 많다.

언제 이 땅의 정치가 힘없는 노동자들,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펼친 적이 있었던가?

아니, 이 땅의 진보정치가 민중에게 제대로 된 희망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아, 그곳에 가보면 뭔가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다.”

“그곳이 용하다더라.”

이 등식이 성립되기 시작하는 지금, 더욱 더 주민 속으로, 민중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에서부터 출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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