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대상 기업의 명단이 발표된 3일 해당 업체 직원과 그 가족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직원들은 아예 일손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 앞날을 걱정했으며, 일부 업체 직원들은 퇴출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퇴출이 확정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우방 서울지사에는 직원 100여명이 퇴출소식을 미리 알았는지 이날 거의 출근하지 않았고, 출근한 직원 10여명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직원 김모(34)씨는 "3개월동안 월급이 안 나와 아내가 지난달부터 식당일을 하러 다니고 있으며 며칠 전 다섯살과 네살인 두 아이도 유치원을 그만두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다른 직원은 "6개월동안 봉급이 체불됐던 IMF 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어 생활비를 빌리며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젠 희망이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퇴출이 결정된 피어리스의 한 직원 부인 김모씨(40)씨는 "오늘 아침 재수중인 아들로부터 '아버지가 이젠 출근 안하게 되는 거냐'는 질문을 받고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퇴출시키면 나가서 죽으라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며 울먹였다.

지난달 30일 퇴출 판정을 받은 서울 중구 서소문동 동아건설 직원들은 이미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여서인지 의외로 담담한 분위기였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잃었다는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건설경기가 완전히 침체된 상황이어서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퇴출된 해태상사 근처인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이모(49)씨는 "직원들의 외상밥값 200여만원을 받기는 다 틀렸다"면서 "오히려 직장을 강제로 쫓겨나는 젊은이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대구의 삼성상용차 임직원 1400여명은 이날 오후 퇴출이 확정되자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면서도 그동안 방관적인 태도를 보인 삼성그룹측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 "삼성그룹측이 자동차사업 진출 대가로 시내 노른자위 땅인 제일모직 공장용지를 주거지 및 상업용지로 변경받는 등 온갖 특혜를 누린 뒤 사업을 포기했다"며 분노했다.

대구상의 한 관계자는 "퇴출대상 29개 업체 중 대구지역 기업이 무려 5개나 돼 지역경제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매각결정으로 다행히 퇴출을 모면한 ㈜진도 직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 직원들은 퇴출기업 명단을 발표하는 뉴스를 지켜보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입사 9년차라는 한 직원은 "매각이나 청산이나 다를 게 뭐 있느냐. 어차피 직원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을 게 뻔한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사 컨테이너 부문 협력업체인 J금속 사장 박모씨는 "어음결제가 안돼 자금부족으로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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