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육노동조합은 지난 1월 출범식에서 ‘참다운 인권보육실현! 보육노동자 노동조건개선! 보육의 공공성 쟁취! 보육현장의 민주개혁! 궁극적으로 육아의 사회화를 향해 전진할 것을 선언’하면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어린이집, 놀이방에서 일하는 보육노동자들, 보육교사를 비롯해서 취사, 사무 등 보육지원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까지를 모두 조직대상으로 하는 전국소산별 형태의 노동조합으로 출발하여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조금씩 성과를 일궈가고 있다.

천사 이미지, 보육노동자 억압수단으로

어린이집 선생님하면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말도 예쁘게 하고 착하고 헌신적일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직접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들의 대다수가 그렇다.

문제는 이러한 이미지가 보육현장에서는 보육노동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휴가도 휴게시간도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보육노동자의 현실은 희생, 봉사,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제대로 항변 한 번 하지 못하게 한다.

예를 들어 처음 어린이집에 취업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보육교사가 월급이 얼마인지 묻는 일은 매우 실례되고 때로는 보육교사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헌신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사람이 ‘돈’에 관심을 두다니! 이것이 보육현장에 일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보육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일에 왠지 모를 죄책감까지 가지게 만든다.

실제로 만나는 많은 보육교사들은 몇 달씩 임금이 체불되어도 그것을 달라고 주장하고 싸우는 일에 부담을 느낀다. 부모들도 보육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 반감을 가진다. 아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레 걱정을 하는 것이다. 

체불임금 달라는 요구 쉽지 않은 현실

얼마 전 원장의 집요한 퇴직압력에 맞서 싸우다 급기야 해고된 한 교사의 경우 부모들은 이미 해고된 사람이 다시 들어온다면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것이라는 이유로 그 보육노동자의 부당해고 여부와 상관없이 복직을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노조에 전달하였다.

연초에는 부실 급·간식, 정원초과(80명 정원에 120명 수용), 비민주적인 시설운영, 상습적인 체불임금과 일방적인 휴일근무명령, 하루 11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무 등 복합적인 어린이집의 문제를 견디다 못해 이를 폭로한 보육교사들의 싸움이 있었다. 부모들과 보육교사들은 운영 비리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문제를 지적하였으나 체불임금에 있어서는 아무 얘기도 하지 못했다.

보육교사들은 체불임금의 문제를 이야기할 경우 원장이 자신들을 돈을 받아내기 위해 원장을 모함한 것으로 몰고 갈 것을 우려하였고, 체불임금지급요구를 하는 것은 어린이집 운영 비리에 대항하는 자신들의 투쟁이 도덕적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착각에 빠져있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 하다.

“장시간노동을 감내하는 것 → 아이들의 보육을 위해 필요한 일 → 정당함”

“체불임금지급을 요구하고 휴가를 요구하는 일 →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는 일 → 이기심”

이런 식의 논리가 보육교사들을 이중, 삼중으로 착취하는 것이다.

정의를 실천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그러나 명백하게 잘못된 일을 바로잡지 않고 참고 산다면, 보육교사가 당연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당당하게 자기 권리를 찾고 부당한 권력과 압력에 굴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보육노동자들이여, 천사의 이미지를 벗고 자신이 노동자임을 선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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