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과 집단해고 문제로 노사 마찰을 겪고 있는 사업장을 찾았던 근로감독관 2명이 회사쪽이 정문을 걸어 잠그는 바람에 뒷담을 넘어 빠져나오는 사건이 발생,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 관악노동사무소 소속 근로감독관 한 아무개씨와 이 아무개씨는 1일 오전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자 노동자 60여명을 집단해고 해 말썽이 일고 있는 구로공단 내 기륭전자를 찾았다. 구로지역을 맡고 있는 이들 감독관들은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정감사를 대비, 현장을 시찰하기 위해 오전 11시께 사업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현황 점검을 위해 미리 사업장을 찾았던 것.

단 의원과 경찰에 따르면 단 의원은 기륭전자 회사쪽에 방문 사실을 미리 알리고 경찰을 통해 회사쪽과 면담을 요청, 사전 면담 약속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쪽은 이날 오전 내부회의를 열어 돌연 ‘면담 불가’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사전 통보도 없이 문을 굳게 걸어 잠가 버렸던 것.

회사쪽과 면담을 주선했다는 서울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노동자만 만나게 하지 말고 회사쪽에서도 단 의원을 만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사태 해결에 좋지 않느냐고 권유해 회사쪽이 이를 승낙했다”며 “그런데 이날 회사가 갑자기 ‘면담거부’로 입장을 정리하고 문을 잠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문을 통해 사업장에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던 2명의 감독관들은 2시간 가까이 사업장에서 나오지 못하다가 소식을 들은 이상진 관악노동사무소장이 부랴부랴 사업장을 찾은 뒤에야 뒷담을 넘어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한 아무개 감독관은 “문을 열어주면 단 의원 일행이 공장 안으로 밀고 들어올지 모른다고 우려한 회사가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고 했고, 공장 바깥에서도 감금 시비가 벌어지는 등 소란스러워질 것 같아 급한 김에 담을 넘어 나왔던 것”이라며 “감금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것도 아니므로 감금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어 “회사쪽에서는 다음 기회에 사장이 제3의 장소에서 단 의원을 만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사업장을 찾았던 단 의원과 최규엽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 고종환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등 기륭전자 대책위 관계자들은 이런 소란이 끝난 이날 낮 12시30분께 문을 밀치고 나온 농성 노동자들을 만나 격려하고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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