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에서는 서울대병원지부노조에 보건의료노조 탈퇴 철회를 권고하고, 이와 함께 보건의료노조에 대해 탈퇴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공공연맹에는 민주노총 중집위 권고를 존중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 민주노총은 보건의료노조를 파행상태로 이끈 원인 해결을 덮어둔 채, 결과를 미봉하려는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보건노조 경직성으로 조직붕괴 초래

산별노조 건설과 운영에 있어서는 임금, 노동조건, 제반 노동자의 권리문제에서 상향평준화가 원칙이다. 그리고 노동자 내부의 평준화의 과정은 강제가 아니라, 설득과 동의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의 2004년 산별협약 10장2조는 주요한 근로조건과 고용, 임금 관련조항에서 산별협약을 초과하는 소속 지부 협약내용의 강제적 무효화를 규정, 하향평준화를 불러 옴으로써, 노동자를 통제하는 사용자를 위해 봉사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것은 산별노조의 관료화를 방지하기 위한 소속 지부의 (일정 범위내의) 자율성의 확보, 즉 교섭권과 파업권의 배분 원칙에도 위배된다. 재정과 교섭권, 쟁의권이 중앙에 집중되는 산별노조는 조직운영의 민주화와 더불어서, 권한의 일부를 단위 사업장과 지역지부에게 적절히 분할, 보장함으로써 현장의 활력을 보전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산별노조가 빠지기 쉬운 권위주의와 관료화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보건의료노조는 2004년 산별임투와 협약에서 이러한 과오를 시정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2005년에는 더욱 강화하여 협약 2장1조로써 산별협약의 전 조항이 지부협약에 우선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병을 더욱 치명적으로 악화시키고 말았다.

산별노조 원칙의 상실, 숨막히는 조직의 경직성은 보건의료노조 조직 그 자체의 화석화와 붕괴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소속 각 지부의 탈퇴가 줄 잇고 있다. 서울대병원지부노조에 이어서 강원대, 충북대, 제주대 등 국립대 병원지부와 울산대, 동국대 등 사립대병원지부 및 제주의료원지부가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였다.

지금 노동운동은 위기에 빠져 있다. 민주노총 건설 이후 특히 IMF 관리 하의 공황 이후 자본의 총체적 공세에 각개격파 당하고 패퇴해 온 결과 노동운동의 조직력과 기개는 거의 무너져 있다. 계급적 연대의식과 투쟁의식은 상실되고 자본과의 타협과 야합, 기회주의, 관료주의, 부패, 어용화현상이 독버섯처럼 번성하고 있다.

산별노조 건설은 노동운동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다. 그러나 산별노조 건설로 이러한 위기가 일거에 극복되지 않는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총체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산별노조 건설은 조직혁신과 함께 수행되어야 한다.

당과 민주노총을 포괄하여 노동운동의 전면적 혁신과 이를 감당해 나갈 활동가, 선진노동자의 조직화와 훈련, 선도적 실천과 노동자대중의 민주적 참여와 역동성을 불러내어야 할 것이다. 산별노조 건설에서 부패, 어용화된 조직이나, 썩은 관료배들의 지배를 받고 있는 한국노총과의 대통합이 올바르지 않은 이유이다.

산별 건설은 목표 아닌 과정일 뿐

산별노조 건설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궁극적 목표에 이르기 위한 수단이요, 계기요, 과정일 뿐이다. 우선 산별노조 건설운동으로 지리멸렬한 노동전선을 재정비 강화할 수 있다. 개별사업장 노조나 소규모 엉성한 연대로는 감당해내기 어려운, 자본의 공격을 보다 크고 치밀하게 조직된, 강력한 산별노조를 통해서 방어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산별노조운동은 노동운동에 격동을 불러올 2007년을 계획적, 공세적으로 맞기 위한 것이다.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의 전면실시는 노동운동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자칫하면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열기보다는 노동운동 내에 혼란과 무질서, 무력화를 초래치 않을지 우려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올바른 주·객관적 상황판단 하에 전망을 세우고, 준비를 갖추어 질서정연하게, 공세적으로 이를 맞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여부이다.

산별노조운동은 자본의 총체적인 공세에 대한 강력한 투쟁 속에서 건설되어야 한다. 개별사업장과 각 산업부문의 노조 탄압, 구조조정, 비정규직화 공세를 저지함과 동시에 노동계 전체의 비정규직 개악입법 저지와 비정규직 철폐,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투쟁 속에서 건설되어야 하는 것이다.

산별노조 건설의 과정은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단결, 투쟁을 조직화해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노동자계급의식을 획득해나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주노총 산하 연맹, 조직들의 산별구획은 단순할수록 좋다. 제조업, 공공(운수), 사무서비스 세 개 정도면 될 것이나, 잠정적으로 조직대상이 각기 50만씩이나 되는 전교조와 공무원을 별도 산별로 인정, 다섯 개 정도면 될 것이다.

함께 하기 어려운 조직들은 무리하지 말고 당분간 소규모 산별노조로 존재하면 된다. 궁극적으로는 단일한 산별노조(민주노조)를 지향하고, 산별노조 건설과 동시에 민주노총 지역조직을 단계적으로 민주노총 하부 집행조직에서 구성·조직화 하고, 대의원의 1/3~1/2과 거기에 상응하는 재정을 배정, 지역의 투쟁과 정치활동을 책임지게 한다.

정치투쟁, 계급투쟁 계기돼야

산별노조 건설과정은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전면화 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은 이미 노동자계급의 다수를 이루고 있고, 자본주의 착취와 억압이 이곳에 집중되어 비정규직은 혹심한 차별, 저임금, 열악한 근로조건, 비인간적 대우로 고통 받고 있다. 사내하청과 특수고용직, 기간제 등 비정규직노동자투쟁은 강력하고 역동적인 투쟁으로서 현 시기 노동자투쟁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자본의 초과잉여가치 창출의 주요한 원천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들의 투쟁은 본질적으로 자본의 격렬한 공격을 격파하면서 법과 제도,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내는 제도개혁투쟁이요, 정치투쟁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노동자계급(전체)이 자본가계급(전체)과 맞서서 싸우는 총체적인 계급투쟁이 된다.

운수산업 부문을 예로 들면 조직화대상 100만 운수노동자도 비정규직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투쟁은 바로 정부의 교통, 운수 정책변경과 법, 제도개혁투쟁이 된다.

산별노조 건설로서 단결투쟁의 주체가 개별 사업장 노동자에서 지역, 전국, 산업 각 부문 전체 노동자가 되고, 그 대상 역시 개별 자본가에서 지역, 부문, 전국의 자본가 계급과 정권이 된다. 따라서 교섭과 투쟁의 주된 성격이 경제투쟁에서 정치투쟁으로 전화, 발전된다. 말하자면 산별노조 건설로 노동자의 정치투쟁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법, 제도, 정책적 개혁과제와 노동자의 노동권, 노동자, 민중의 보편적 정치적 권리의 쟁취 등을 놓고 산별노조는 정부와 자본가 단체, 자본 일반과 협상하고 투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투쟁을 통해서 노동자계급대중은 단련되며 나아가서 각 사업장과 정권을 직접적으로 담당하고 운영하는 노동자, 민중의 해방투쟁으로 나아갈 조직투쟁력과 정치의식을 함양하게 되는 것이다.

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하는 지도집행부와 앞선 노동자(활동가)들은 노동자, 민중의 해방투쟁의 전망 속에 산별노조의 제도, 정책적 투쟁을 배치하도록 계획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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