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2.9 월 10:06
상단여백
HOME 칼럼 데스크 제작노트
노동운동 위기진단은 이제 그만!전·현직 노조 간부들, 활동가들에게 드리는 한가지 호소와 세가지 실천제안
  • 한석호 <전진> 조직위원장
  • 승인 2005.08.30 15:03
  • 댓글 6
작년부터 본격화된 위기 진단이 어느 정도 모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 내용을 중언부언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동지들이 다 알고 있으니까요. 어떤 표현을 쓰든 어디에 방점을 찍든 관계없이,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큰 틀에서는 정답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실천입니다. 민주노총으로 실천하고, 산별과 지역단위로 실천하고, 단위현장에서 실천하는 것, 그것이 남았습니다. 나아가 민주노동당과 정치조직들도 함께 실천해야겠지요. 그런데 이것이 진짜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운동의 실천력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활동가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 한석호 <전진> 조직위원장.
· 전노협 조직부장, 쟁의부장, 선봉대 담당 부장
· 민주금속연맹 조직부장
· 금속연맹 조직실장
언제부터인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9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노동운동이 기업 울타리에 갇혀 썩어가고 있을 때부터입니다. 자본가계급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만 임금인상과 기업복지를 안기면서부터입니다. 열정으로 펄펄 끓던 20~30대 활동가 대부분이 가족을 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부터입니다. 그 때부터 노동운동의 실천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활동가들이 모여 토론회나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참 대단합니다. 석·박사가 따로 없습니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진단도 잘 하고 대안도 잘 찾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동지들을 보면 뿌듯합니다. 운동의 희망도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제는 거기까지라는 겁니다. 정작 현실의 투쟁이 필요하면, 그래서 무언가 실천을 하자고 하면, 왜 그렇게 안 되는 이유가 많은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실천이 있는 날이면, 다들 무슨 약속이 그리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쌓은 운동의 연륜과 내공이 입으로만 갔다고 하면, 제가 너무 냉소적인가요.

지난 대통령선거 때, 권영길 후보가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라고 했지요. 이 말을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한다면 어떨까요. 단호하게 “아닙니다”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런데 왠지 저는 우리 스스로에게 이렇게 던져보고 싶습니다.

“살림살이 좀 나아져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실천이 이제는 성가시지요. 나이 들어 몸도 예전 같지 않고 딸린 가족 생각하니 해고나 감옥이 두렵지요. 그래도 먹고 살만하니까 적당히 투쟁하는 현재가 불편하지 않지요”라고 말입니다. 좀 과했습니까. 억울합니까. 그렇게 느낀 동지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운동은 현실을 바꾸는 것, 그것은 실천으로 가능합니다. 이 말의 의미,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 머리 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진발 안 받았고 폼나는 자리도 아니었지만, 또 권력이 되는 자리도 아니었지만, 꿋꿋하게 지키면서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지난날의 투쟁현장과 실천과정을 술자리 무용담으로만 써먹으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한겨울 선전전이든 한여름 상경투쟁이든 가리지 않고 실천했던 지난날, 위원장이나 상집간부로 있건 조합원으로 있건 가리지 않고 실천했던 지난 날이 정녕 우리에게는 흘러간 옛 노래가 되어야 하는 겁니까. 그렇게 세상이 좋아졌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노동운동을 한 것은 우리만의 복지와 임금, 우리만의 고용안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잘 아는 우리가, 동지가,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합니까. 실천과 투쟁을 앞두고, 동태 눈깔 마냥 초점 없이 살아가야 한단 말입니까. 미꾸라지마냥 이리 빠지고 저리 빠지고 한단 말입니까.

아래로부터의 실천, 전국으로 확산돼야

제안하고 싶은, 그래서 동지들과 함께 하고 싶은 실천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면은 한정되어 있고, 그래서 그 가운데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만 하겠습니다.

첫째, 지금은 논의단계를 넘어 아래로부터의 실천운동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현대차에서 ‘노동조합운동 혁신실천단’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사회공공성과 비정규 실천단’을 만들고 있습니다. 위기극복을 위해 참으로 소중한 움직임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엉망입니다. 위원장이나 현직간부이기에 내 코가 석자라 빠지고, 전직간부라 좀 쉬자고 빠지고, 나이 들었다고 빠지고, 잔업철야 한다고 빠지고, 평조합원이라고 빠지고, 표에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고 빠지고, 정책담당이라 빠지고, 글쟁이라 빠지고, 차원 높은 정치조직 활동 한답시고 빠지고, 이래 빠지고 저래 빠지고, 온통 빠지기만 합니다. 노동운동혁신이든, 산별건설이든, 비정규직철폐든, 사회공공성이든,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실천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어야 합니다.

둘째, 총파업 규모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현재 민주노총 총파업 규모는 10만명 겨우 넘습니다. 이러니 노무현 정부가 제멋대로 신자유주의 확산시키죠.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2007년 복수노조시대가 오면, 그나마 대폭 줄어들게 된다는 겁니다.

현대자동차 활동가들은 회사 지시받는 반장노조가 만들어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1만명 가까이 빠져 나가겠죠. 총파업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금속산업에서 현대차처럼 이리저리 이탈하면, 민주노총 총파업은 결코 10만을 넘기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7~8만 총파업이겠지요.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그동안 참가하지 않았던 단위들이 필사의 노력으로 총파업에 나서는 것입니다. 사무직 중심이고 조합원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 어렵다고요. 직권중재 때문에 어렵다고요. 금속은 파업하기 쉽다고요.

그런데 지금의 금속노조들은 말입니다. 87년부터 지금까지 수천명 해고되고 감옥가고 죽어가면서 줄기차게 파업했습니다. 작업특성상 한 군데 모이기 힘든 조선소의 한 사업장은 점심시간 식당을 틀어막고 파업에 참가합니다. 금속도 조합원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사업장 있습니다. 그래도 합니다. 그러한 결과가 자본이 이제는 감히 웬만해서는 탄압을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다른 산별이나 사업장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 조건과 상황이 어렵다는 것 인정합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 타령만 하실 겁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금속산업과 일부 연맹의 몇몇 사업장에만 모든 짐을 맡기고, 모르는 척 하실 겁니까.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도 안 되는 것,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50억 모금 성사, 비정규 운동의 출발

셋째, 비정규 조직활동가 양성을 위한 민주노총 50억 모금사업을 실천합시다. 8월29일 현재, 결의액수 11억9천여만원(23.99%)에 불과하고, 그나마 납부액수는 겨우 1억3천여만원(2.69%)입니다. 대다수 산별과 사업장이 아직도 결의하지 않았습니다. 이래서야 앞으로의 비정규직 사업,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50억 기금으로 할 수 있는 사업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50억 기금사업은 반드시 성사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민주노총 전체가 비정규직 조직화사업을 전개하는 운동의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돈 걷는 것 어렵지요. 결의하려면 조합원 눈치 봐야 하고, 다음 노동조합 선거에 유리한지 머리도 굴려야 하고, 막상 걷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민주노총과 산별 방침에 대해 그렇게 했던 것처럼, 시간 지나길 기다리며 그냥 뭉개고 넘어가실 겁니까.

치사해서 그렇게는 하지 않으시겠죠. 정 안되면 위원장부터 10만원 결의하고 조합원들에게 일일이 호소하면, 착한 조합원들 미안해서라도 동의할 겁니다. 사업장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보다 쉬운 기금 모금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도대체 무엇으로 비정규직 사업에 동참하실 겁니까.

글이 좀 거칠었습니다. 어느 한 무식한 활동가의 노동운동에 대한 충정이라 생각하시고,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정말이지 우리 이제부터라도 책임성 있게 노동운동 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을 떠들고 투쟁을 떠들었으면, 실천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입으로만 떠들면 누군들 못하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대는 것,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이제는 지긋지긋할 때도 되었습니다. 자신의 노선대로, 자신의 약속대로, 그대로만 실천합시다. 실천합시다.

한석호 <전진> 조직위원장  labortoday@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석호 <전진> 조직위원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6
전체보기
  • 레인맨 2005-08-31

    현 노동조합운동판 운동가들과 활동가들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으셨다고 생각합니다.무슨놈의 회의를 그렇게 잘하시고 말들을 잘하시는지 저같이 무식한놈은 입도 뻥끗 못하곤 하지요.. 다 좋다 이겁니다.. 근데 왜들 그리 약속개념 시간 개념이 없으신지 모르겠고...현 노동운동가들..쌍팔년도 향수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나 싶기도 하고...무엇보다 실력과 실천력이 없어 보이곤 하더군요 ..백마디 말보다 단 한번의 현장에서의 실천력이 있어야 할진데 왜 그럴까요...? 그건 여우같은 마눌과 토끼같은 자식 땀시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따라서 현 노동운동가들의 활동력 재고를 위한 한국의 모든 노동운동판 아자씨들 이혼을 강력하게 권고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아이는 고아원에 맞기고 모든것을 버려야만 현 노동의 위기를 혁파 할수 있다라는 미친 생각을 간혹 하곤 하지요^^...한석호님 의지를 존중하고 동의합니다 하지만 구처젝인 현실적 실천 방안이 없는 다소 추상적인 구호이자 한탄의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나 씁쓸하기도 합니다..한석호님 언젠가 뵐날이 있겠지요 안녕히 계십시요...../   삭제

    • 한석호 2005-08-31

      동지의 의견, 감사합니다.
      동지의 전체적인 의견의 맥락 동의합니다. 반대하지 않습니다. 아니 조합원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조직하자는 의견,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실천을 강조하는 것, 그것은 10년전의 그 말과는 의미가 매우 다르다는 것입니다.
      점점 실천력이 줄어들고 있고, 줄어들어 간다는 것, 그것을 절박함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속연맹과 금속노조에서는 활동가들이 심각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동지가 말하는 그 활동가들이 뒤로 한발 두발 빼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건설 활동가들 잘하고 있는데, 하실 수 있습니다. 그 점 인정합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어느 한 단위가 아니라, 우리 운동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지적한 것입니다.
      동지의 지적과 의견,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투쟁의 현장에서 뵙기를 기대하며...   삭제

      • 건설노동자 2005-08-31

        잘 읽어보았습니다. 그러나, 대안이라고 하기에는 10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똑같은 이야기이네요. 달리 이야기하면 그 동안의 투쟁과 실천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웠고 확인하였는지가 없습니다. 조합원들에게 '이렇게 해야 되는데 왜? 안 하는가?'라고 닥달하는 것으로 밖에 안 들립니다. 나는 이것이 해답은 아니라고 봅니다.
        활동가들은 투사만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활동가들은 무언가를 조직하기도 해야 합니다. 지루한 작업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조직해야 하고, 실천도 조직해야 하고, 말 하였듯이 좋은 의견이라면 어떻게하면 다 같이 실천할 수 있는지 그것도 조직해야 합니다. 더 넓혀 나가면 조합원들의 생횔까지도 조직하고 서로 책임져 줄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의 말 못하는 의견까지도 들어주고 감당해 주려는 노력이 없고서 아무리 투쟁과 실천을 이야기한다고 해봐야 조합원들을 향한 불신의 목소리만 높힐 것입니다.
        어쩌면 싸움은 조합원들이 모든 영역에 걸쳐 힘겹게 투쟁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맞서 처절하고 싸우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겠죠. 그런데, 이러한 전반적인 투쟁을 잘 조직하려고는 하지는 않고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못한다고만 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일 것이니다.
        나는 노동(조합)운동에서 노조생활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강화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노조활동과 투쟁이라는 개념밖에 몰랐고 모든 것을 이 두가지 개념속으로만 몰아넣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노동자)들의 폭넓은 운동영역을 전반적으로 수용하지를 못하고 한 부분만을 가지고 전체를 압도하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지난 과정이 현재의 노동운동 위기로까지 되게 속수무책하게 된 것입니다. 노조생활, 노조활동, 노조투쟁....
        노조생활은 현장생활뿐만이 아니라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가정 또는 지역생활까지도 포괄되는 것이겠죠.
        정말 노동대중을 믿고 그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헤아려 보는 것을 어떨지요? 그리고 노동대중을 좀 모시고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삭제

        • 한석호 2005-08-31

          기아에서 / 동지의 질문에 답합니다. 50억 기금은 비정규직 조직활동가 양성을 위한 기금입니다. 이미 그것은 민주노총의 결정이고, 정부와 자본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몰라서 동지가 질문한 것은 아니라 봅니다. 제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동지의 실제 문제의식은 '조합원 짜르는데 동의하는 민주노총 지도부 어디를 믿고 돈내느냐'는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동지에게 이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동지가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 가지는 관점을 뭐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민주노총 지도부가 제출했건, 금속연맹 지도부가 제출했건, 기아차 지도부가 제출했건, 그것이 운동의 대의에서 벗어나지 않고, 또한 필요한 사업이라고 하면 하는 것입니다. 동지는 비정규직 조직활동가 양성을 위한 기금모금을 반대합니까. 이제 제발, 노선의 다름을 핑계로 사업까지 망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빈대잡으려고 내가 살고 있는 집까지 태워버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끝으로 동지의 비판에 감사드립니다.   삭제

          • 기아에서 2005-08-30

            이보오!! 한석호씨! 다 조은데(?) 50억 기금마련이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그 50억을 도대체 어디다 쓸건데요?? 현장의 조합원이 그럽니다. 돈 내는건 좋지만 그 돈 어디다 쓰는건지나 알아야 낼 것 아니냐고. 조합원을 짜르는데 동의하는 민노총지도부 어딜 믿고 동내냐고. 자기들 세불리기에만 쓸게 뻔한데 왜 내냐고... 답변좀 주시죠??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게요^^   삭제

            • 크아 2005-08-30

              강력 추천!! 추천!! 추천!! 추천!!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