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10일부터 나흘 동안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ILO 아태지역 총회가 양대노총 불참 선언 등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져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다. <본지 22일자 참조>

노동부 정병석 차관은 23일 ILO 본부가 있는 제네바로 떠나기 전 기자브리핑을 갖고 “ILO에서 지난 17일 조속한 시일 내에 노동계 참여보장 등 정상적인 회의 개최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회의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회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노동계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ILO의 공식적인 의사가 정부에 전달된 것.

하지만 노동계가 회의 불참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여 총회가 연기될 가능성은 높아진 상태다. 민주노총은 차관 브리핑에 맞춰 성명을 내고 “지금과 같은 노정관계 속에서는 (총회 불참은)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정부는 불참하겠다는 노동계를 비난하기에 앞서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정부 또한 노동계를 향해 “적절하지 못한 처사”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뿐,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한 ‘복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 국제총연합체인 국제자유노련(ICFTU) 또한 총회 연기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10월 개최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보인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가이 라이더 ICFTU 사무총장이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석행 총장을 만나 ‘한국 노동계가 부산총회 참가가 힘들다면 전체 노동계(ICFTU 가맹조직)가 참여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며 “개최지 변경 요구는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회의 연기가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수호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연기하더라도 한국정부 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국내 개최 시 참가는 힘들다는 입장과 함께 개최지 변경 요구를 분명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또한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에 나서지 않고, 김대환 장관이 퇴진하지 않는 한 ILO 총회 불참 결정은 거둘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노동계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원인분석을 통해 해결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비난만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고 노동부를 비난했다.

어쨌든 노동부는 무산 위기에 놓인 ILO 아태총회 성사를 위해 막판 조율에 나섰다. 정병석 차관은 “이번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국과 ILO가 공동으로 양 노총을 설득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며 이날 오후 1시30분 비행기로 ILO 본부가 있는 제네바로 떠났다. 또한 노동부는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양대노총의 아태총회 참석을 계속적으로 설득할 예정이다.

한편 ILO 아태총회는 4년에 한번씩 노사정 대표자들이 참여해 공동 관심사를 논의하는 회의로 이번 총회는 ‘아시아지역 양질의 고용 달성’을 주제로 오는 10월10~13일 부산에서 43개국 6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될 예정이었다.

<노동부 정병석 차관 일문일답>
“노동계 적절하지 못한 처사, 곤혹스럽다”
- 노동계 불참 철회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복안은 있나.
“노동계 불참 이유를 보면 병원 직권중재, 아시아나 긴급조정 등 국내 문제다. 그런데 직권중재 문제는 (오히려 사용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상황 등으로 볼 때) 불만을 갖는 쪽이 누구인지 (봐야 하고) , 긴급조정도 해당 기업 노사 모두가 사실상 인정한 것인데 왜 상급단체가 이 문제를 부각시키는지, 적절하지 못한 처사라고 본다. 여러가지 대화를 통해 적절한 분위기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상당히 유감스럽다.”


- 양대노총이 지난 12일 불참을 공식선언했지만 이미 7월부터 예고됐던 사안이다. 정부 대응이 늦은 건 아닌가.
“정부는 나름대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을 해 나가고 있었는데 (노동계가) 이렇게 강하게 제기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7월 ILO 불참을 예고했을 때도 (문제가) 정리될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강한 톤으로 노동계가 나오는 바람에 정부도 곤혹스럽다. 또한 노동부는 양 노총 관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회의 참여를 설득 중에 있으며 ILO 본부 및 ICFTU(국제자유노련)에도 회의의 정상적인 개최의지를 전달한 상태다.”


- 총회가 성사되기 위해 양대노총은 언제까지 불참 선언을 철회해야 하나.
“ILO는 상황을 급박하게 보고 있다. 43개국 600여명이 참가하는 행사인 만큼 종합적인 준비를 위해서는 적어도 이달말까지 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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