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16일부터 매일 여성칼럼인 <여성과노동>을 게재합니다. <여성과노동>은 우리사회에서 여성이 참여하는 노동, 정치, 부문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줄 것입니다. 또한 비틀리고 소외된 우리사회의 모습에 '조용히' 일갈하는 목소리부터 제도개선 등 정책분야까지 폭넓은 목소리도 담아낼 것입니다.

'정치현장'은 정치참여의 현장을 여성의 시각으로 담담히 담아낼 예정입니다. 박지영 미주노동당 의정정책국장, 김광미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부위원장, 이선화 최순영 의원실 보좌관, 주경희 민주노동당 용인시의원, 김숙향 민주노동당 경북도당 부위원장께서 글을 보내주시기로 하셨습니다.<편집자주>




민주노동당의 여성 당직자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대략 보좌관 80명 중에 25명(30%) 정도, 정책위원회 55명 중 10명(20% 안됨), 중앙당 당직자 67명 중 17명(25%내외, 선출직 제외) 정도가 여성이다.

전체적으로 30%를 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당직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원실 정책·정무 수석 20명 중 여성은 단 한 명, 중앙당의 부서 총괄자인 실장급은 홍승하 대변인 단 한 명이 있을 뿐이다. 반면 의원실 회계 담당은 90%가 여성이다.

민주노동당은 여성이 일하고 싶은 공간인가?

우리의 일상을 한번 들여다보자.

성과와 능력을 넘어 학연, 지연으로 얽힌 인간관계 속에 여성은 소외당한다. 더구나 알게 모르게 의원실 내의 허드렛일들, 예컨대 컵 닦기, 청소, 전화 받기, 수건 빨기는 여성의 차지가 되기 십상이다. 역할 분담을 해도 그때 뿐, 조금 지나면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아예 부모에게 맡기는 일이 다반사고, 저녁에 회의라도 있는 날에는 밤늦게 어린이집에 있는 애를 찾으러 가면서 서로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다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혹자는 다른 직장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누가 시킨 게 아니라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여성해방을 남녀 모두가 실천해야 할 투쟁과제로 삼고 있는 당이다.

30% 할당만이 능사가 아니다. 여성 활동가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 평등하다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평등해지는 것이 아니라 평등해지기 위한 노력과 당내 계획이 필요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은 정확하게 역할분담을 해서 그 일들이 부지불식간에 여성의 일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최소한의 노력이 아닐까 한다.

여성 활동가들이 자기를 개발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여성은 기획력이나 통솔력은 없고, 회계와 같이 꼼꼼한 일만 잘하는 것인가? 여성들에게 그런 기회가 적게 주어졌을 뿐이다. 이 또한 민주노동당이 안고 가야하는 과제이다. 지난 진보운동이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노동당도 과거의 관성 속에서 현재 잘하고, 지속적으로 훈련받고 검증된 남성 동지들에게 역할을 주는데 너무 익숙하다. 이렇게 해서는 여성 활동가들을 발굴하고 여성을 정치의 주체로 만들어가는 과제는 요원할 뿐이다. ‘여성이여 능력을 키워라’가 아니라 여성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문화를 만들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씩씩한 언니들의 정당’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아

진보정당은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정당이다. 주장이 아니라 우리 모습이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언니들이여 씩씩해져라’가 아니라 여성이 활동하기 좋은 정당, 여성이 행복해지는 정당이 될 때, 진정한 언니들의 정당이 되는 것이다.

이제 여성당직자들에게 민주노동당이 ‘직장’으로서 ‘활동 공간’으로서 꽤 괜찮은 곳이라고, 활동을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민주노동당에 오면 가정과 일을 병행하면서도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나만의 지나친 바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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