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맞아, 분단 뒤 처음으로 '남북 해외'가 남쪽에서 모여 열린 통일행사에서 남북노동자 1만7천여명이 노동자가 남북통일의 주역임을 선언했다.

지난 14일 개막된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 행사에는 양대노총 노동자 1만7천여명이 모여 6·15 공동선언 남측준비위원회 노동본부를 출범시켰으며, 최창만 조선직업총동맹 부위원장 등 북쪽 노동분과 대표단 11명과 개막제 및 남북통일축구 관람을 함께 했다. 양대노총 노동자들은 또 15일 대학로에서 열린 ‘반전평화 자주통일 범국민대회’에도 참가했다.

서울 상암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6·15 남측준비위 노동본부 출범식을 통해 양대노총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이 보다 많은 노동자, 국민들 속으로 확산돼 가도록 다양한 대중운동을 힘 있게 벌여 나갈 것”을 선언했다.

또 양대노총은 △전 세계 노동단체 및 평화애호세력과 함께 적극적인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할 것과 △‘6·15 공동위원회’ 강화를 통한 남북노동자 간의 단결강화를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 땅 한반도의 통일은 민중해방이고, 분단의 철조망을 걷어내는 일이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는 일임을 확인해야 한다”며 "모든 노동자가 조국통일을 위해 전진하자“고 호소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광복 60년의 역사가 우리의 생존권을 지켜줬던 역사가 아니라 냉전, 군사독재가 판쳤던 잘못된 역사이고 미국은 우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오늘 노동본부 출범식이 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6·15 공동선은 북측준비위원회 노동자분과 위원회(조선직업총동맹)는 이날 양대노총 앞으로 축전을 보내 “남측준비위 노동본부가 결성된 데 대해 열렬한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북쪽 노동자분과 위원회는 “북녁의 노동계급은 남북노동자들과 손을 굳게 잡고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 밑에 민족자주, 반전평화, 통일애국을 위한 성스러운 위업 실현에 함께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대노총은 이날 노동본부 출범식 뒤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축전 개막식과 남북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한데 이어, 1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축전 본행와 대학로에서 열린 반전평화 자주통일 범국민대회에 잇따라 참가했다.

양대노총과 북쪽 노동분과 대표단은 16일 올림픽파크텔에서 노동분과 상봉모임을 열어 문화행사 및 산별 자주교류 확대 등을 위한 대표단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은 14일 밤 경희대에서 노동자·농민 통일한마당을 열어 노농 단합을 통한 조국통일, 주한미군철수, 비정규권리보장 입법쟁취, 쌀개방 분쇄 투쟁 등을 결의했다.

민주노총-전농 "통일 위한 노농연대" 선언도

연세대, 행사장소 끝내 거부…경희대로 긴급 변경


14일 노동자·농민·학생 2만여명이 참여하는 '60년 대장정 앞으로!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결의의 밤' 행사장소가 연세대에서 경희대로 긴급 변경됐다.


당초 통일연대 등 행사주최쪽은 연세대학교가 '8·15민족대축전' 행사장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가깝고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모일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을 들어 연세대쪽에 양해를 구했으나 학교본부와 총학생회측은 면학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고 '외부인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 일련의 정치행사'라는 이유를 들며 교내 행사 불허방침을 고수해 마찰을 빚어 왔다. 학교본부는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하는 등 ‘행사 개최 시 강경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으며, 연세대 총학생회도 정문 앞에서 연세대에서의 행사 개최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통일연대 등 이번 ‘결의의 밤’ 행사주최쪽은 당일 행사장소를 긴급 변경하고 '연세대학교의 학교봉쇄에 대한 양 단체의 입장'이란 성명서를 통해 연세대에 유감의사를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분단과 냉전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선도해나가야 할 청년학생의 전당이라는 위상에 맞지 않게 연세대학교가 보여준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태도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연세대학교가 이번을 계기로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보다 적극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대학교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통일을 위해 ‘노동자-농민 손 잡다’


15일 새벽 경희대에서 민주노총(위원장 이수호)과 전농(의장 문경식)이 한자리에 모여 ‘통일운동에서의 노농연대’를 선언했다. 이들은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결의의 밤' 행사 직후 '주한미군 철수, 민족공조를 위한 전국 노동자·농민 통일 한마당'을 개최하고 이같이 선언했다. 민주노총과 전농이 8·15 통일행사에서 공동으로 부문대회를 개최한 것은 1990년 이후 처음.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과 전농 문경식 의장이 번갈아 낭독한 '민족통일 선언'에서 이들은 "노동자 농민이 단합 단결하여, 우리 민족의 대단결을 더욱 공고히 하고 6·15공동선언이 열어 놓은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미국의 '전쟁책동'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주한미군 철수 투쟁 등 반전평화 운동을 벌여 나갈 것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오는 11월 부시 방한 반대 투쟁 및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와 쌀개방 저지 투쟁을 공동으로 벌여나갈 것을 선포해 눈길을 끌었다.


양 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가 향후 비정규직 입법쟁취 투쟁과 쌀개방 반대 투쟁에 함께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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