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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가 된 은행…165조원 공적자금 집어넣은 결과가 가계대출과 수수료장사?기업심사능력 높이지 않는 한 은행 공공성 회복은 공념불
상반기 당기순이익 6조5,955억원,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임원들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날개를 달고 올라가는 주가. 수치상으로만 봤을 때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들의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은행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공공성'이라는 이유로 IMF 이후 무려 165조원이라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회생한 산업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비가 올 때 우산을 줄 수 있어야 하는 역할”(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을 하기는커녕 '공공성'은 제껴둔 채 '수익성'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매일노동뉴스>가 IMF 이후 국민의 세금을 수혈 받았던 국내 은행들이 사상최대의 순이익을 내는 2005년 현재까지 어떤 구조로 수익을 올리고 사용해 왔는지 분석했다. <편집자 주> 얼마나 벌었나 2천억원부터 2조원 지난해 국내 은행이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8조7,74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이 6조5,955억원을 넘어섬에 따라 이 기록은 갱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의 당기순이익 성장세는 꾸준히 진행됐다. 2003년의 경우에만 SK글로벌, LG카드 사태와 경기침체로 인한 카드대란 및 가계대출 부실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을 뿐, 은행들은 2001년 4조6,658억원, 2002년 4조9,5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대형 시중은행들도 IMF 이후 쏠쏠히 재미를 봤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1조9,9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전신이었던 한빛은행 시절 1999년 1조9천억원, 현대에 대한 지원 등으로 3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2000년과 비교할 때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다. 1999년 2조2천억원의 손실을 냈던 하나은행 역시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다 지난해에는 1조3,4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17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뉴브릿지캐피탈을 거쳐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에 매각된 제일은행의 경우, 1999년 1조원 적자에서 지난해 1,199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이밖에 신한은행(5,958억원), 기업은행(3,700억원), 국민은행(5,552억원), 외환은행(5,220억원), 한국씨티은행(2,476억원), 조흥은행(2,652억원) 등이 수천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어떻게 벌었나1 수수료, 수수료, 수수료… 은행들이 이처럼 막대한 이익을 내는 데 가장 큰 '효자' 노릇을 한 것은 바로 수수료다. 은행들은 영업이 어려울 때마다 수수료를 인상해 왔고 이를 통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올해 1/4분기 동안 8개 시중은행들이 거둬들인 수수료 수입은 모두 1조4,451억원. 이 수치대로라면 올해에만 5조5천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익이 예상된다는 뜻.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1억원, 8.2% 증가한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해 4월 우리카드를 합병한 우리은행의 수수료 수입이 2,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8억원 증가했고, 한국씨티은행도 신용카드 부문이 합쳐지면서 수수료 수입이 523억원 증가한 1,391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191억원 증가한 988억원을 거뒀고, 신한은행 776억원(+85억원), 제일은행 612억원(+37억원) 등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 1999년 이후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 추이를 살펴보면 은행들이 수수료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 한눈에 나타난다. 하나은행의 경우 1999년 1,374억원이었던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에는 4,823억원으로 올랐다. 5년 사이에 3.5배를 더 벌은 셈이다. 조흥은행은 1999년 4,274억원이었던 수수료 수익이 2002년에는 무려 1조3천억원으로 올랐고 지난해에도 9,894억원을 벌어들였다. 외환은행도 2,459억원이었던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6,778억원으로 늘었다. 이러한 천문학적 수수료 수익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은행들이 실적악화를 수수료 인상으로 메우기 때문이다. 즉, 경영실패의 책임을 고객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3년의 경우가 극단적인 사례다. 당시 은행들은 경기침체와 카드대란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를 '수수료 인상'이라는 처방으로 손실을 최소화 했다. 당시 국민·신한·외환·우리·제일·조흥·하나·한미은행을 비롯한 17개 금융기관은 영업시간 내 타행 현금인출 수수료를 800원(전년도 500∼700원)으로 인상했다. 또 이들 은행은 영업시간외 타행 연금인출 수수료를 1천원(전년도 700~900원)으로 인상했고, 인터넷뱅킹의 타행이체 수수료도 올렸다. 시중은행들이 은행권 카드의 현금서비스 취급 수수료를 새로 만들어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을 한 것도 이때다. 당시 은행권 카드의 현금서비스 수수료는 연 18∼20% 수준이었으며, 취급 수수료 신설에 따라 고객들은 이용금액의 0.4%를 추가로 내야 했다. 이러한 결과 이 해 수수료는 모두 3조7,437억원으로 전년도 3조771억원에 비교해 7천억원 가량 늘어났다. 국민은행의 경우 2003년 9,300억원 가량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인 2002년 1조3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었던 것에 비해 2조원 이상의 손실이 난 것. 하지만 수수료 수익은 2002년 1조3,456억원에서 2003년 1조6,361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이런 상황은 다른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로 2002년 당기순이익 1천억원을 기록했던 제일은행은 2003년에는 134억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수수료 수익은 3,089억원에서 3,316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해 하나은행도 전년도에 비해 두배 가량이 늘어난 4,555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결국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소홀로 빚어진 부실을 수수료 인상이 메꿔준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게 수수료 인하를 권고하면서 일부 은행들은 자동화기기(CD 및 ATM)를 이용한 계좌이체 수수료를 내렸다. 하지만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수료 인상은 은행이 떨쳐버리기에는 힘든 유혹이다. 어떻게 벌었나2 기업대출 NO, 가계대출 OK…‘은행은 전당포?’ “경기회복을 기다리기보다는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적극지원 하는 선제적 영업을 해달라.” (황영기 우리은행장, 7월11일 우리은행 전국부점장 경영전략 워크숍) 올해 들어 시중은행들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리스크가 적은 가계대출에만 전념해온 은행들은 정부가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제재 등을 해오자 활로를 찾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IMF 이후 은행들의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추이를 살펴보면, 은행들이 왜 '전당포식 영업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는지가 나타난다. 은행들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리스크가 높은 기업대출보다는 좀더 안전한 가계대출의 비중을 높이는데 힘을 쏟았다. 올해 3월말 현재 시중은행들의 평균 가계대출비중은 55%이며 이들 은행 중 외국계 은행인 제일은행은 70%로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의 증가와 상반되게 기업자금 대출 특히 시설자금 대출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개별은행별로 살펴봤을 때 국민은행의 경우 합병전 1999년에는 기업자금 대출 중 시설자금 대출은 4조1,371억원이었고 몸집을 불린 뒤 지난해에는 6조2,867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1999년 10조8,804억원이었던 가계자금대출은 무려 41조7,903억원으로 뛰었으며, 이 액수는 부동산담보 대출을 제외한 수치다. 이런 상황은 다른 은행들도 비슷하다. 하나은행은 1999년 5,608억원이었던 시설자금 대출이 지난해에는 2조2,163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가계자금 대출은 1조3,083억원에서 25조3,328억원으로 무려 20배 가까이 늘었다. 시설자금 대출은 4배 증가에 그쳤다. 심각성은 외국계 은행일수록 더하다. 제일은행의 경우 뉴브릿지캐피털이 은행을 인수했던 1999년 당시 5,015억원이던 시설자금 대출이 지난해에는 1,956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동안 가계자금대출은 1조6,689억원에서 18조3,01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제일은행의 경우 1997년부터 시설자금 대출은 매해 줄어들어 1997년 6,898억원에서 2000년 4,053억원, 2002년 1,901억원, 2003년 1,281억원까지 줄어들었다. 고용확대와 내수진작 등 경기의 선순환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설투자 확대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이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중소기업 담당자는 “고유가, 중소기업 수출위축, 건설경기 불황, 고임금 등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요소가 하나도 없다”면서 “명분상 중소기업 지원을 외치고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섣불리 대출을 늘릴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익은 어디로 지난해 빅4은행의 배당액 7,675억원…대부분이 외국인주주에게 이처럼 은행이 경영 부실을 고객에 떠넘기면서 받은 수수료와 안전성 위주의 영업전략으로 얻은 수조원의 이익은 어디에 사용됐을까.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보통 법정적립금(10%)와 임의적립금 그리고 배당으로 쓰여진다. 최근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결산 직후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하나은행은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4,663억원의 반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14%인 657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빅4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조2,407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배당액은 7,675억원이었다. 순이익의 18%에 해당되는 규모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배당이 대부분 외국인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것. 현재 은행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당히 높다. 지난 6월21일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이 88.80%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국민은행은 현재에도 84.45%를 기록하고 있으며, 신한지주도 이달 5일 현재 64.57%의 외국인 보유비중을 보이고 있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외환은행 등이 외국계 은행임을 감안하면 기업은행(5일 현재 17.15%), 우리은행(12.38%)를 제외하면 시중은행 대부분은 외국은행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외국인 지분비중이 높다. 올해 상반기 하나은행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한 액수는 502억원(외국인 지분율 76%)이다. 지난해에도 900억원 가량이 외국인들에게 돌아갔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685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으며, 이 가운데 1,415억원(외국인 지분율 84%)이 외국인의 몫이었다. 이밖에도 국민은행은 2002년 2,269억원, 2001년 852억원을 외국인에게 배당했다. 외국인주주 비중이 높은 신한은행 역시 2003년 1,271억원, 2002년 2,461억원 2001년 1,439억원을 지급했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은행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소위 '단기업적주의'와 '주주이익 극대화' 때문이다. 은행은 이런 기조 속에서 경영성과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기 위해 배당을 늘린다. ROE(당기순이익/자기자본)의 경우 순이익이 늘어나 자기자본이 증가하면 분모가 커져 비율이 줄어든다. 따라서 은행들은 배당을 통해 자기자본을 줄인다는 것. 올해 사상 최고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주에 대해 증시를 장악한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 건너간 공공성? 기업심사능력 높이는 게 급선무 '공공성'이라는 산업특성 때문에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됐음에도 전당포식의 경영형태와 수익성 악화를 고객에게 돌리는 '떠넘기기 경영'을 벌여 왔던 게 은행의 현주소다. 지난 1999년 정부는 제일은행을 매각하면서 선진금융기법의 도입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남은 것은 '공공성'은 버리고 '수익성'을 쫒는 기법뿐이었다. 그 결과 제일은행의 가계대출은 앙상하게 말라갔고 리스크 부담이 없는 가계대출만 살쪄갔다. 그 효과는 다른 국내 은행에도 확산됐다. 무엇보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이익은 '공공성'보다는 주주들, 특히 외국인 주주들에게 대부분이 돌아갔다. 은행산업의 공공성 회복은 물 건너 간 것일까. 조복현 한밭대학교 교수는 "규모의 대형화를 통한 예대이자율 증대, 수수료 인상, 가계담보대출 등을 통해 발전하려는 은행의 경영형태는 경제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경제의 발전과 은행 자신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금융에 대한 혁신지원, 투자조정, 선별과 감시의 기능을 확대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금융기법과 심사능력, 감시능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은호 기자  banko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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