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일)은 자이툰 부대가 파병을 시작한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한국 정부는 지금 미국·영국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군대를 이라크에 보냈다.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부대의 파병이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첫째, 파병 지역 자체가 이라크 민중에 도움이 되는 재건과 평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자이툰 부대의 주둔지 아르빌은 쿠르드족의 자치 지역이다.

쿠르드민주당(KPD)과 쿠르드애국동맹(PUK)이 이 지역을 분할 지배하고 있다. 부패하기 이를 데 없는 두 당의 지도자들은 미국의 지원을 얻기 위해 이라크 전쟁을 지원했고 이라크 꼭두각시 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와 거리 먼 파병

둘째,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부대가 전투에 직접 참가하지 않고 “민사작전”만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이툰 부대는 쿠르드 민병대를 훈련시키고 있다.

자이툰 부대는 “적대 세력의 저강도 장기 저항 기도를 억제하기 위해 27만3천명의 치안 전력 양성을 목표로 현재 21만7천명을 교육 훈련했다.”(연합뉴스 7월28일자)

쿠르드 민병대는 지난해 4월 미국의 팔루자 학살 때 직접 공격에 가담했고, 11월 팔루자 학살 때는 미군이 팔루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북부 지역의 치안을 맡았다.

게다가 최근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부대를 좀 더 직접적인 군사 활동에 투입하려 한다. 국방부는 자이툰 부대가 유엔이라크원조기구(UNAMI)의 아르빌 지역 사무소 경계 지원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이 현실이 되면 한국군과 이라크인들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라크인들에게 유엔은 미국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1991년부터 강요한 경제 제재 때문에 50만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백만명의 이라크인들이 죽었다. 그런데 이 경제 제재는 다름 아닌 유엔의 이름으로 행해졌다. 바그다드 유엔 본부가 2003년 8월에 일찌감치 이라크인들의 공격 대상이 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파병을 연장하려 한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윤광웅 국방장관은 파병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의 ‘베트남화’(베트남 전쟁에서 초강대국 미국은 패배의 수모를 겪었다)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는 부시에게 노무현 정부의 지원은 너무나 절실할 것이다.

부시의 “친절한 무현씨”는 한미동맹을 과시하고 한국 자본주의의 세계적 위상 제고를 위해 부시의 요청을 기꺼이 수락했다. 

테러방지법 제정 아닌 점령중단 해야

그러나 이라크인들을 살육한 대가로 - 7월12일 ‘이라크인도주의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침공 이후 12만8천명의 이라크인들이 죽었고, 그 중 55%가 여성들과 12살 이하의 어린이들이었다 - 어쩌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젊은 한국 병사의 죽음이라는 불행한 비극을 대가로 얻는 ‘국익’을 노동자들이 지지할 수는 없다.

한편 런던 테러 참사는 이라크 전쟁이 전쟁 당사국 국경 안으로 전쟁터를 확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비극적으로 보여 줬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부대를 철수시키기는커녕, 테러 위협을 빌미로 국내 억압을 강화하려 한다. ‘제2의 국가보안법’이라고 불릴 만한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 하고, 이주노동자들을 테러리스트로 몰고 있다.

지금 청주보호소에 갇혀 있는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아노아르씨는, 한국 정부가 방글라데시 정부에 자신을 테러리스트라고 거짓 정보를 흘렸고 방글라데시 경찰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했다고 말했다.

단언컨대, 억압을 강화한다고 해서 테러 위험을 줄일 수는 없다. 런던 테러 참사의 비극적 교훈이다. 테러 위험이 감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라크 점령을 중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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