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사회적 대화체제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노사정간의 대화채널을 유지하면서 비정규법안 등 실질적인 대화와 교섭을 이끌어 내었던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민주노총이 불참한 상태에서 한국노총이 참여하면서 그나마 유지돼오던 노사정위원회도 한국노총이 탈퇴하면서 기능 정지 상태에 빠져 있다. 또한 노동계는 노동위원회를 비롯한 노동부 산하 각종 위원회에서 철수하기로 하였다. 노정관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중요한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사회통합적 노동정책을 노동정책의 핵심적인 방향으로 제시하였으며 노사정간의 사회적 대화가 현 정부의 사회통합적 노동정책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기제였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현재 사회적 대화는 물론이고 노정간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노사정간의 사회적 대화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노사정 각 주체가 나름대로 책임이 있다. 한국을 방문하였던 네덜란드 빔콕 전 총리는 사회적 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신뢰와 대화의 상대를 인정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한국의 노사정은 상호 신뢰가 부족하고 대화의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이 노동부 장관 퇴진 투쟁을 벌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대화란 상대를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하여야 하는 것이기에 “나만이 옳다”라는 태도나 “돌부리”라 부르는 상황에서 상호 신뢰와 존중은 자리할 곳이 있을 수 없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은 정부만은 아니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자기와 다른 주장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던 사람들의 목소리에서도 이러한 벽을 절감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려는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 대화와 갈등 조정의 문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사회의 대화의 결핍이 노사정간의 대화를 어렵게 하는 하나의 원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노사정 사회적 대화 파행 책임은 정부에 있다. 비정규법안 교섭에서 보여주었던 노동부의 태도는 노사정간의 대화에 매우 부정적인 작용을 하였다. 그리고 사회적 대화기구 문제에 대한 노동부의 입장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 체제를 원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정부는 자신의 힘이 약해지고 권위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라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지적처럼 노동부는 노사정 대화 체제가 제자리를 잡으면 노동부의 역할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노동부는 사회적대화기구의 약화라는 방향을 가지고 있다. 기구를 축소하고 권한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노사정대화기구가 정부가 제출한 정책에 사회적 논의를 거쳤다는 명분을 실어주는 정도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 노동계가 노사정이 실질적으로 대등한 입장에서 사회적 의제를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 틀을 요구하자 도리어 정부가 반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사회적 대화는 정부가 주도하고 정부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 노동이 들어와 노사정대화의 구색을 만들자는 것 이상이 아닐 수 있다.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노동이 참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없다. 대부분 자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정부 위원회는 정부의 법안이나 정책에 노사가 참여하여 논의하였다는 명분용인 경우가 많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참고하고 정부의 입장과 다른 주장은 무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대부분의 위원회의 현 주소이다.

노사정간의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태도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처럼 정부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서 진정한 사회적 대화는 불가능하다. 노동도 진정한 사회적 대화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자체 역량강화와 유연한 전술 구사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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