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상용화 추진과 관련, ‘노조동향에 대한 대책’이라는 해양부 내부문건을 만들어 항운노조 활동에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이를 토대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노조의 더 큰 반발을 살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노동뉴스>를 통해 지난 달 23일 공개된 ‘노조동향에 대한 대책’이라는 해양부 내부문건에는 “시민사회단체 및 언론과 연계, 개혁을 유도하는 여론을 확산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정부가 여론을 조작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문건에는 △중앙과 지방의 시민단체, 언론, 항만이용자 등과 연계해 항운노조의 개혁에 대한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운영 △개혁지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지역 언론과의 간담회, 시민단체와 연계한 토론회 등을 6월 중에 집중 추진이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문건 파문 한 달도 안 돼 '문건대로 추진'

해양부는 당시 부산항운노조와 달리 인천항운노조가 노사정 협약 파기를 선언하는 등 상용화를 반대하자 문건을 통해 “(인천항운노조를) 타 항운노조와 완전히 분리시켜 강력하게 개혁을 압박”해야 한다며 ‘강력 대처’를 주문해 인천항운노조 조합원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해양부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인천항운노조 상용화를 위해 인천지역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를 만나 상용화를 전제로 한 토론회를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7월19일자 경기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강무현 차관은 지난 18일 인천을 방문해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인천항운노조의 상용화가 조속히 추진돼 항만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언론에서 각별한 관심과 여론형성에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강 차관은 오후 2시께 인천해양청 회의실에서 인천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접촉, ‘상용화를 전제로 한 토론회’를 제안했다. 인천항만의 상용화를 위해 내부문건에서 주문한 대로 해양부가 이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

시민단체 "우리가 여론의 방패막이냐"

하지만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국장은 “항운노조와 해양부, 사용자 등 당사자간 충분한 협상을 통해 결론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며 “해양부가 이런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채 시민·사회단체나 언론을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여론의 방패막이로 활용하려는 책임회피적 발상”이라고 말했다고 경기일보는 전했다. 인천항운노조 최정범 위원장도 “당사자간 충분한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상용화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인천항운노조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앞으로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노조와 갈등이 예상된다.

이 총리 "상용화 지연 인천서 개최 행사 오기 싫었다"

7월16일자 인천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해찬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인천항만공사의 출범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 라마다송도호텔에서 “항운노조 상용화가 지연되는 인천에서 열리는 인천항만공사 출범식에 참석하기 싫었다”며 “청와대와 본인이 항운노조의 폐해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으며 정부는 항만 상용화를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총리가 인천항만공사 출범식에서 행사 내용과 전혀 맞지 않는 항만 상용화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인천항만 상용화 추진에 무관심했던 인천의 각 기관장들에게 일종의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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