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다. 나일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난 뒤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전설에서 유래한 말이다. 거짓 눈물 또는 위선적인 행위를 빗대어 쓰는 용어다. 실제로도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데 이는 슬퍼서가 아니라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보충시켜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8일 병원 사업장에 직권중재를 결정한 뒤 양대노총의 노동위원회 탈퇴가 가시화 되자, 15일 오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중노위는 “노동위원회는 노사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산업현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행정위원회”라며 “양대노총의 노동위 탈퇴는 다수 근로자들의 이익을 외면하는 매우 우려스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노위는 “노동위 운영을 정치적 논리에 의한 협상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막심하다”며 심사숙고를 요청하는 한편, “그래도 양노총이 탈퇴할 경우 노동위원회 전 직원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업무 차질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A4 3장에 구구절절 담긴 중노위 입장은 ‘악어의 눈물’을 참 많이도 닮았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노동위원회 탈퇴로 노동자에게 피해가 갈 것을 가장 우려하는 쪽은 그 동안 노동자들의 권익에 앞장섰던 양대노총이다. 탈퇴에 따른 대책 마련에 입이 바짝 마른다고 표현할 정도로 노동위원회 철수 결정은 노동계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결정은 항의농성, 집회, 삭발 등 아무리 반발을 해도 모든 것을 ‘정치공세’로 몰아붙여 노동계 책임으로 돌리는 현 정부와 내부 원칙까지 부정하며 ‘악법’인 직권중재를 다시 전면에 등장시켜 노동자들을 우롱한 노동위원회에 저항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중노위가 진정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행정위원회라면 ‘악어의 눈물’은 그만 거두고 노동계, 시민단체, 법조인, 학자들까지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병원 직권중재를 둘러싼 진실을 먼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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