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1.21 목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기고
기업감시 시민운동,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다
  •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경제학)
  • 승인 2005.07.12 12:38
  • 댓글 0
최근 들어 이들 시민활동의 각 영역에서의 기업행동, 넓게는 자본활동을 감시하는 시민운동을 둘러싼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업감시는 세계 주요국가들에서 시민운동과 시민단체 활동의 중요한 영역이다. 경제영역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제는 물론이고 환경운동과 문화운동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시민적 이슈가 많건 적건 기업행동과 관련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윤추구와 효율성 증대를 최고의 사회적 가치로 몰아가는 오늘날의 사회적 흐름 속에서 공정성과 형평성, 빈부격차의 문제, 경제민주화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고 확산하는 일은 사회통합을 유지하여 사회발전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기여를 한다.

기업감시운동 도전에 직면하다

▲ 유철규 대안연대 정책위원장,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조교수.
한국에서도 1980년대 후반부터 경제 관련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기업감시와 관련된 다양한 시민운동들이 본격적으로 일어났으며, 특히 외환위기 이후 그 활동이 다양화되고 영역도 확대되었다. 그중 중요한 흐름들을 대체로 3가지로 묶어볼 수 있다.

첫째,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와 기업간 경쟁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 둘째, 재벌과 같이 자기지분을 초과하는 대주주의 권한 집중과 남용, 탈법행위 등을 억제하기 위한 활동. 그리고 셋째,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서구 투기성 자본의 발호와 그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활동 등이다. 이들 흐름들은 상호 충돌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본규제라는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새로운 도전들과 과제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지난 6월28일 삼성재벌에 속하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3개사가 공정거래법을 두고 헌법소원을 냈다. 자산 2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 및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규정이 그 대상이다.

지난 4월 발효된 개정 공정거래법의 관련 규정은 법 개정 전 30%까지 의결권 행사가 가능했던 것을 2006년 4월 1일부터 3년간 매년 5% 포인트씩 줄여 15%까지 낮추도록 했다.

그런데 30%까지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 준 것은 2001년 말의 공정거래법 개정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그 이전에는 원칙적으로 완전 금지되어 있었다. 기업규제와 관련된 법규를 원천적으로 무효화하기 위한 시도를 기업집단이 명시적으로 드러내 놓고 시도하는 일은 대단히 드문 일이다. 실패했을 때의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에 반하는 재벌의 반항

이 때문에 위 재벌은 법률적 검토뿐 아니라 현 정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지형과 사회적 여론의 향배 등을 고려하여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만약 이 판단이 제대로 된 것이라면 공정거래법에 많이 의존하는 기업감시운동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시장의 독과점화 경향은 강화되었고 크게 개선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대기업-중소기업 간에 상생관계보다는 약탈적 관계가 더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어느 쪽이나 공정거래와 공정경쟁에 반하는 사회경제적 흐름들이다.

다음으로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대주주의 권한 남용과 탈법을 억제하고 기업지배구조를 민주화 하려는 운동도 도전을 맞고 있다고 판단된다. 여러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주주운동은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쉽기 때문에, 대주주가 합법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거나 배당과 단기 차익에 관심을 갖는 소액주주들에게 만족할 만한 이득을 주어 그들의 동의를 얻어 버리는 경우에는 개입하기가 어렵다.

소액주주운동, 투기행위고발도 새로운 도전

법적 인격체, 즉 법인기업에 대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시민적 권리가 아니라 주주권리에 입각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대주주가 기업의 장기성장과 고용안정보다는 기업 자산을 처분하여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등 약탈적 행동을 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서구 투기성 자본을 중심축으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자본의 투기적 행위와 기업 자산에 대한 약탈행위를 고발하고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민운동의 흐름 또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외환위기 직후 대거 한국에 들어 온 투기펀드들의 투자기한이 끝나면서 일반적으로 투기성 자본으로 분류될 수 없는 “정상적” 금융기관들로 교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은행을 투기펀드로부터 사들인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이 그렇고 한미 은행을 인수한 씨티은행이 그렇다. 또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이미 일반은행 예비인가를 받아 놓은 상태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투기 펀드인 론스타도 조만간 은행을 다른 금융기관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씨티은행이나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이 100%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증시에서 퇴장되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 이들 은행들을 감시하기가 불가능해지고 오로지 금융당국의 공개되지 않은 감독을 손 놓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기업감시운동 활성화 위해 정보공개운동 필요

시민사회 내에서 기업을 감시하고, 자본활동을 파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각 운동 흐름들마다 세계화와 개방, 그리고 기업자유의 확대 흐름에 무책임하게 편승하는 경제관료들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논리들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서로간에 협력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업감시운동이 보다 활성화되어 우리사회가 국내자본이든 외국자본이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부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일은 정보공개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예에서도 찾아 볼 수 있듯이, 은행의 지역별 예금과 대출 현황을 체계적으로 공개하는 일이, 시민사회와 지역 주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민간은행이 낙후된 지역개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경제학)  labortoday@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경제학)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