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5일 열렸던 노사정대표자회의는 비정규 법안 처리 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 법안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케 된 계기점이 됐다. 순서상 회의 주최자였지만 잇따른 대의원대회의 무산으로 대표자 회의 참가에 부담이 컸던 민주노총을 대신해 한국노총은 그 짊은 대신 지고 주최로 나서며 대화를 성사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이용득 위원장은 ‘비정규 법안 논의는 국회 중심으로 할 것’을 요구로 내세우던 노동부와 이에 반발했던 민주노총을 물밑에서 설득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한 비정규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한국노총의 주도적 역할은 이후 운영위원회에서의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공동투쟁을 다짐하면서 노동계의 입장과 함께 하면서도 팽팽히 맞섰던 노사정 간 중재자 역할도 했으며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주체세력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했다. 그러나 잇따라 불거진 비리사건과 김태환 충주지부장의 죽음으로 한국노총은 4월 협상 이후에는 비정규 법안 협상의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비리 사건 이후에는 내부개혁에, 김태환 지부장 사건 이후는 사태 해결에 거의 모든 역량들이 투입돼 비정규 법안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했던 것. 이용득 위원장도 김 지부장이 숨진 이후 총파업을 선언하며 “비정규 법안 등 모든 현안들은 모두 뒤에 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노총 한 관계자도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라서 다른 것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4월 이후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성사되지 못하면서 6월은 ‘협상의 진전’보다는 ‘처리와 저지의 싸움’ 국면으로 접어든 것도 큰 이유 중에 하나다. ‘사회적 합의의 주체’ 혹은 ‘노사정 중재자’ 역할로써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한국노총에게 협상의 여지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역할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특히 김 지부장의 죽음 이후 한국노총이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만큼 이후에도 협상의 주도적인 역할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더욱 부각된 특수고용직 문제도 한국노총으로서는 해결하고 넘어가야할 과제로 안게 되면서 협상의 여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백헌기 사무총장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비정규직 법안 처리는 여전히 한국노총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면서도 “노동부 장관퇴진과 정부의 노동정책의 대전환이 없으면 대중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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