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8일 새벽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겨냥해 직권중재에 회부했다. 보건의료노조는 8일 예정했던 파업을 접었다. 민주노총은 13일까지 중앙노동위가 직권중재를 철회하지 않으면 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에서 철수하겠다고 중노위를 압박하고 있다.

직권중재 제도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위헌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직권중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도 지난 2002년 대선 공약에서 “노사관계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칙을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 노동법 가운데 불합리한 규정(필수공익사업의 범위, 직권중재 조항) 등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과 공약들은 2년이 지나도록 지켜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노위는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지난 2003년에는 1개, 지난해에는 5개 사업장에 직권중재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LG칼텍스노조와 궤도연대 등은 직권중재에 따라 곧바로 ‘불법파업’으로 규정되고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엄청난 탄압 공세에 시달리다가 끝내 파업을 접어야 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당시 직권중재 제도 폐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민주노동당의 관심은 높아 보였다. 김혜경 당대표는 열린우리당 당의장과 한나라당 당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직권중재를 비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손배 가압류 제한 및 직권중재 철폐’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적극적인 모습은 당시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는 전혀 찾아볼 길이 없다. 단적인 사례가 이번 보건의료노조 파업의 직권중재 회부에 대해 논평 한 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정론’ 등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는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노동기본권이 유린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당은 한 마디 말이 없다. 최근 김혜경 대표가 장기투쟁 사업장을 찾고 당이 적극적으로 고 김태환 열사투쟁에 나서는 모습과 비교해보면 의아스러울 정도로 대조적이다.

병원과 항공사 조종사노조 파업이 보수언론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과 난자질을 당하는 상황을 보면서 ‘노동자와 서민의 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이 논평 한 줄 내지 않은 것을 당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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