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노조가 지난 31일 교수노조추진기획단(상임공동단장 최갑수 서울대 교수)의 발족으로 가시화 되기 시작했다.

교수노조가 출범하게 되면 4년제 대학의 4만6천여명과 2년제 대학의 2만5천여명 등 총 7만여명이 넘는 조직대상을 가진 노조가 탄생하게 된다. 게다가 교수들의 사회적 지위로 볼 때 교수노조가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노조규모를 훨씬 뛰어 넘는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안에 노조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2월에 노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추진기획단의 출범은 그래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교수노조의 필요성은 이미 89년 전교조 결성 당시에 제기됐었지만 구체적인 준비가 이뤄진 것은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강화되면서 교수사회가 조직적 저항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작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은 올 2월 교수노조연구팀을 만들어 그 결과를 토대로 지난 7월 21∼31일 사이에 전국에서 교수노조에 대한 지역간담회를 개최했고 지난 9월 30일 충남대에서 열린 대의원 대회에서 추진기획단의 구성을 결정했다. 또한 10월 11일에는 교수노조를 막고 있는 관련법안에 대한 개정청원을 하고 31일 추진기획단을 발족시킨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교수노조를 설립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중에 노조설립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교수들을 노동자가 아닌 기득권세력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과 노동조합이라는 내용과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교수들을 통합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추진기획단의 사업방향이 이 두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먼저 국민들의 시각과 관련해 추진기획단의 김서진 사무국장(성공회대 교수)는 "국민들이 교수들을 기득권집단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기득권 집단이 아니다"며 "교수들이 학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한 발언을 인정받아왔던 것이지 생활 속에서 특권을 누려온 것은 아니다"고 항변한다. 또한 김 사무국장은 열악한 교육현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교수들이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등 사학재단의 횡포가 극심하고 교육부가 실시하려는 계약제, 연봉제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교수들이 교육현장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고 개선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교수노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수들의 교권수호를 위한 노조설립은 의사들의 의권수호투쟁이라는 홍역을 치르고 난 국민들에게 기득권 수호를 위한 노력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추진기획단은 이러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교수노조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정부와 사학재단의 교육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사례집을 제작, 배포하고 신문의 특별기고와 방송의 토론·대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추진기획단의 노력이 얼마나 국민들의 공감대를 끌어 낼 수 있느냐가 추진기획단의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교수노조 설립을 위한 또 다른 과제는 교수사회 내부를 통합하는 문제이다. 현재 교수단체는 학술단체들을 제외하고 크게 국립대교수협의회(국교협), 사립대교수협의회연합(사교련), 민교협 등이 존재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교수들이 교수노조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아직 교수노조에 대한 명확한 확신단계에 와있지는 않다"고 말한다. 교수노조에 적극적인 민교협과 달리 국교협과 사교련은 교수노조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추진기획단이 결성된 이유도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추진기획단 사업방향의 또 다른 축은 교수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어떻게 참여로 이끌어 내는 가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추진기획단은 이 달 중 전국적인 지역설명회를 개최해 참여기반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교수노조는 기존데 존재하는 강사노조와의 관계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교수노조에 대한 논의 초기에는 강사노조와 교수노조의 통합이 모색됐었다. 그러나 강사노조와 교수노조의 이해관계의 균열이 보이면서 통합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특히 전국강사노조 양문석 위원장은 "강사노조는 대학직원과 강사, 교수가 모두 참여하는 대학운영협의회를 구성해 대학운영의 전반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대학노조는 교수들 중심의 대학운영을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교수들이 결사반대를 주장하는 계약제와 연봉제의 도입에 대해서도 강사노조내부에서는 오히려 이를 도입해 교수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추진기획단은 강사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공동보조를 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결국 추진기획단의 임무는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대학사회 내부의 여건조성으로 모아진다. 교수노조가 사회진보와 교육개혁의 올바른 주체로 서느냐는 추진기획단이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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