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지부노조(위원장 김진경)에서 실시한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83.4%가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고 있다고 5일 발표돼 병원노동자들의 건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이 확인됐다.

서울대병원지부노조가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인천대학교 노동과학연구소, 건강한 노동세상과 함께 서울대병원 본원과 보라매병원 직원 1,064명을 대상으로 근골격계질환 증상 설문조사 및 유해요인 현장평가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3.4%에 이르는 887명이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고, 이 가운데 27.3%에 이르는 290명이 의학적 조치를 취해야 할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같은 수치는 2003년 민주노총에서 시행한 근골격계 통증 조사에서 나타난 금속제조업 노동자의 질환의심자 비율 18.1%, 병원노동자 전체의 질환의심자 비율 19.8%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 타직종·타병원 노동자보다 서울대병원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이 더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 의심자로 분류된 이들의 통증부위는 허리/등이 20%로 가장 많았고, 어깨 19.5%, 무릎/다리 17.9%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직무 스트레스 수준도 조사대상자의 12.6%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 분노 등이 정상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이에 대한 의학적 평가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상혁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상벌과 인사, 민주적 의사소통의 부재 등이 직무스트레스를 높이고 있다"며 "특히 직무요구는 높으나 노동의 자율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돼 이것들이 직무스트레스의 발병요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간호, 급식, 중앙공급실 등 서울대병원의 대표적 업무를 반영하는 30개 작업에 대해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환경평가를 실시한 결과, 거의 모든 부서에서 근골격계질환의 발생에 기여하는 직업적 요인이 발견돼 위험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 작업의 80%가 즉각적인 개선 혹은 빠른 개선이 필요할 정도로 유해한 노동환경과 높은 노동강도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된 주요 유해요인으로는 △협소하고 부적절한 사업장/작업대 및 장비의 구조에 따른 불편한 자세의 강제 △환자 운반 및 취급에서 발생한 과도한 중량취급에 따른 요추부 부담 △제한된 시간에 집중되는 노동강도와 과도한 작업량에 따른 긴장상태에 따른 부담 등이 파악됐다.

실태조사 결과 노조는 "높은 병상회진율, 더많은 환자확보를 위한 병실크기의 협소화 등 그동안 서울대병원의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 전략이 누적돼 병원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작업조건, 강화된 노동강도로 작용해 온 결과로 해석된다"며 "병원 노동자들의 건강은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 질과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근골격계질환 해결을 위한 10대 요구 △산재 인정 △부족인력 확충 △각 부서에 맞는 기능성 신발과 정맥류예방 고탄력스타킹 지급 △병원에서 다루는 모든 중량물 무게 10kg 이하로 제한 △사무환경 개선 △인간공학적인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카 지급 △휴식시간 보장 △2004년 병원에서 실시한 근골격계 조사 공개, 노사공동 재실시 △환자 발생 부서 작업환경 개선 △기타 부서별 요구 수용 등을 병원쪽에 촉구했다.

나상윤 공공연맹 정책위원장은 "서울대병원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비율이 보건의료업종 내에서도 유독 높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서울대병원의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를 계기로 공공연맹 내 공공서비스 종사자의 근골격계 문제에 대해 공동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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