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새물결

일하는 여성들에게 육아는 가장 큰 딜레마다. 여성의 사회적 성취욕구와그에 따른 기회가 갈수록 커지는 한편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기도 갈수록 힘들어진다. 이같은 딜레마는 여성들로 하여금 ‘배’가 아닌 ‘머리’로 아이를 낳도록 만들어 결국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진다.

독일의 여성사회학자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은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이재원 옮김, 새물결)에서 모성의 사회사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룬다. 통독 이후 구 동독지역의 출산율은 60%나 줄었다. 이는 젊은 사람들이옛 서독 지역으로 이주한 탓도 있으나 무엇보다 자본주의가 여성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 데 기인했다.

분명 근대 이후 확보된 여성의 자유는 아이와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여성은 자신의 성공 때문만이 아니라 엄마의 보살핌을 못받고 자랄 아이에 대한 동정 때문에 출산을 꺼리게 된다. 그러나 여성들은 결코 아이를 완전히포기하지는 않는다. 전통사회에서 출산과 육아가 여성에게 부과된 의무였다면 현대사회에서 아이는 친밀함과 뿌리내림 같은 새로운 정서적 가치를 준다.

이같은 딜레마에 대해 저자는 ‘피메일리즘’의 입장을 취한다. 남성적가치를 추종하는 억압적 남녀평등이 아니라 양성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여성적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의 실현을 통해서만 아이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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