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고용에 관한 논의가 확대되고 사회적 담론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무언가 빠진 것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이유는 노사를 막론하고 비정규직의 고용문제를 생산성, 사용기간, 임금 등에 제한하기 때문이다. 굳이 ILO의 양질의 노동(decent work) - 안전한 노동 등이 주요한 전제가 되고 있는 - 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정규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의 건강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또 이들의 건강상태가 현재 논의하고 있는 고용형태에 어떤 함의를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논의의 부재는 비정규직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노동자에게 더욱 치명적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이라는 노동형태와 건강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고용의 불안정성이다. 정규직도 외부의 압력으로 고용의 불안정성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있지만 비정규직은 그 자체가 고용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고용이 불안정할 때 노동자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이미 외국에서 수많은 연구를 통하여 확인된 바 있다. 더욱이 비정규직노동자가 실업자로, 다시 비정규직으로 종사하는 싸이클이 2년 주기라는 한 조사를 상기하면 실업자로 전락할 때의 부정적 건강상태까지 내포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환경자체가 열악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도 안전보건관리체계에서 배제되기 일쑤이다. 여성비정규노동자의 경우 파견, 용역 등의 간접고용은 고용주와 일하는 곳이 달라 안전보건관리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청소용역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학습지교사, 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등 특수고용노동자는 기본적인 보호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여성들의 주요한 비정규형태인 임시직은 계약기간의 모호함으로 고용불안정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을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최근 시작된 연구에 따르면 고용형태에 따른 노동자 건강의 양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재통계가 부실하여 고용형태별, 성별로 분리된 노동자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국가적 데이터조차 없는 상황이지만 몇 가지 연구결과를 살펴보면서 우리의 현 주소를 알아보자.

보건사회연구원(2004년)의 분석에 따르면 종사상의 지위를 기준으로 할 때 상용근로자(전일제/시간제)에 비하여 임시 및 일용근로자의 사망위험은 3.01배, 기타군(기타비정규)은 2.75배 높아 고용형태에 따른 사망위험비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는 구체적인 노동조건이 포함되지 않아 고용형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주지는 못하지만 비정규직노동자의 사망위험이 높다는 것은 밝히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공단의 근로자건강실태조사를 재분석한 조사(2004년)에 따르면 신체적 건강상태와 정신적 건강상태를 종합해 볼 때 파견근로자 집단이 대부분의 경우 위험집단임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의 다양한 종류 중에서도 일반임시직, 파트타임근로자, 도급근로자에 비해 파견근로형태가 건강측면에서 가장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계약상의 사용주와 실제 노동을 실현하는 사업장이 상이하여 안전보건관리가 매우 취약한데서 유래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연구(2005년)에 의하면 고용형태 중에서도 남성 정규직에 비해 여성 정규직이 약 1.5배 건강상태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고 여성 비정규직은 2배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남성 비정규직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특히 여성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비정규직의 경우는 정규직에 비해 1.86배 건강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으나 남성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어 비정규직 육체노동 여성노동자의 상태가 취약함을 알 수 있다.

단편적으로 살펴 본 연구에서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건강 차이, 또 비정규직 내부에서의 성별차이나 고용형태별로 차이가 나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의 정규직에 비해 낮은 건강수준을 회복하는 길은 고용불안정성을 낮추고, 안전보건관리를 강화시키며, 비정규직이 종사하고 있는 노동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저출산 시대로 인한 노동력 부족시대 도래, 미래지향적인 사회적 생산성, 지속 가능한 사회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의 건강이 전제가 되는데 비정규직 논의에서 노동자의 건강상태를 감안한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