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두번째 산별교섭 테이블에 마주앉은 보건의료 노사가 석 달 가까이 ‘노무사 위임’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파업’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권과 자본, 그리고 일부 보수언론들이 지난 50여년 동안 공들여 쌓아놓은 ‘시민을 볼모로’라는 ‘파업 이미지’ 덕분에 국민들의 ‘파업 알레르기’는 (아쉽게도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리고 이 ‘알레르기’는 그 어느 업종보다 ‘병원’ 파업에서 강도 높게 나타난다. ‘병원 파업 = 시민의 ‘생명’을 볼모로’라는 공식이 있기 때문이다.

노무사 위임 문제를 놓고 병원쪽에서는 처음에는 ‘병원장들이 노사관계를 잘 몰라서’ 혹은 ‘특정병원이 교섭대표를 맡기가 어려워서’라는 이유를 대다가 이제는 ‘사용자단체 구성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러나 29일 노조가 입수해 공개한 사쪽의 ‘보건의료산업 산별교섭 대응자료’를 보면 ‘노무사 위임’의 속내가 낱낱이 드러난다.

“보건의료노조가 제3자 위임을 거부하며 퇴장을 요구할 경우 심종두 노무사와 사립대 관계자가 함께 퇴장하고, 다른 특성별 대표들은 사립대의료원이 교섭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교섭진행의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다.(115p)”

“산별협약 유효기간 문제를 반드시 제기하되 노조의 요구안에 대한 축소 요구 등과 연계시키는 등 전략적으로 활용키로 함.(116p)"

12차에 이르는 교섭결렬이 모두 사쪽의 사전각본에 의해 치밀하게 짜여진 흔적이 역력하다. 실제로 지난 10번의 교섭은 ‘노무사 퇴장→사립대병원 관계자 퇴장→사쪽 전원 퇴장(혹은 교섭거부)’ 순으로 결렬됐으며, 나머지 2번(5차, 12차)의 교섭은 ‘사쪽 전원 불참(5차 노무사만 참가)’으로 무산됐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법대로’를 부르짖는 사쪽의 주장이 옹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오는 7월6일 중노위의 본조정을 앞두고 있는 지금, 과연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집단이기주의적 행태에서 벗어나야” 하는 쪽이 누구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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