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사관계 불안, 고율 임금상승 등으로 제조업의 해외생산이 늘어나면서 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제조업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여왔다.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개발정책에 힘입어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고도성장을 달성하였고 이에 따라 오랜 기간 동안 완전고용에 가까운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고용안정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제조업 분야가 크게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임금, 잦은 노사분규, 높은 물류비용, 그리고 과다한 정부규제로 인해 제조업 기업체 수와 근로자 수 모두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산업구조가 고도화 되면서 1차 산업에서 2차, 3차 산업으로 고용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고용비중 감소추세가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서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고용비중은 1989년 27.8%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01년 19.7%로 12년 사이에 약 9% 포인트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일본은 1989년 23%에서 2001년 18%로 5% 포인트, 독일은 1989년 27%에서 2001년 21%로 6% 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쳐, 우리나라보다 안정된 추세로 제조업 고용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진출이 본격화된 지난 10년간 중국에 진출한 3만여개의 한국기업이 중국 내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100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만약 우리 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하지 않고 국내에서 기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국내에서의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노사의 인식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선진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발전 과정에서 초기에는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다가 점차 금융,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동속도이다. 산업화 역사가 긴 선진국의 경우에는 점진적으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도래하였으며 특히 그 대안으로 금융,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면서 이를 대체하였다. 때문에 이에 장기적으로 대처하면서 순조롭게 대체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현시점에서 이를 대체할 산업기반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최근 정부가 서비스 분야로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공동화 문제가 해외 요인보다는 국내 요인에 의해 특히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노사 모두의 합치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제조업 공동화가 확산되면 그 피해는 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정부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업의 증가가 사회문제로 비약될 경우 정부 재정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산업경쟁력 약화로 성장잠재력이 크게 위축되어 국가경제 전반에 걸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큰 만큼 이의 해소에 정책적인 역량을 집결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제조업 공동화 현상의 정확한 인식 분석과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과도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노조도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역시 국내에서의 투자를 보다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책적으로 제조업이 해외로 가지 않고 국내에서 계속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처럼 모든 경제주체가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위기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대처할 때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완화하고 현안과제인 실업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위기라고 생각할 때는 이미 위기가 아니며, 그 어려움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임에도 위기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때 정말 위기가 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