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공동투쟁에 뒷바라지라도 해주고 바람을 막아주는 병풍 역할이라도 함께 하자.”

비정규법안에 대한 국회 심의와 고 김태환 한국노총 충주지부장 사망사건이 서로 맞물리는 정국이 형성되면서 이에 대한 투쟁이 점차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대노총이 지난 20일 공동투쟁본부를 꾸린 데 이어 22일에는 민중·시민사회단체들도 이 투쟁에 함께 나서기로 해, 투쟁은 확대일로에 섰다.

양대노총과 참여연대와 민중연대, 민변, 유가협 등 50여개 민중·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고 김태환 열사 살인사건 대책 및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비상대표자회의'를 열고 앞으로 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함께 나설 것을 결의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회의를 통해 △고 김태환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단 구성 △유가족에 대한 배상 및 보상 △비정규 정부법안 처리 반대 및 노사정 합의를 통한 보호입법 쟁취 △노동부 장관 및 청와대 수석 등 노동비서진 전면 개편 △최저임금 인상 등을 위해 지속적인 연대운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지침과 범사회적 연대운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 위해 간사단체 회의를 조속한 시일내에 개최키로 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김태환 열사는 정규직임에도 비정규직 싸움을 함께 하다 결국 돌아가셨다”며 “이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시민단체가 함께 해 준다면 한국노총이 선봉에서 싸워나갈 것”이라는 결의를 밝혔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이 결국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이 같은 죽음을 불러오게 됐다”며 “김태환 열사의 사망사고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 문제 또한 풀어나가는 투쟁을 함께 해 나가자”고 말했다.

"비정규 문제 방치, 곧 공범과 마찬가지"
이날 회의에 참가한 민중·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비정규 및 고 김태환 지부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양대노총과 적극적인 연대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하는 한편 그 동안 이 싸움을 함께 해 오지 못한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오종렬 민중연대 공동대표는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미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산된 지 오래”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대표는 “비정규직은 이미 알려진 대로 그 숫자만 800만이 넘어섰고 가족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절반에 가까운 2천만에 이르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그냥 방치한다는 것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행동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공범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 스스로가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그동안 낮았다는 것에 대해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며 “양대노총이 스크럼을 짜고 투쟁을 전개할 때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참여연대는 이미 ‘비정규 공대위’에 참여해 활동을 해 왔다”고 전제한 뒤, “이제 정부의 법안을 저지하는 싸움을 넘어서 비정규 노동자의 확산 자체를 막기 위한 활동들을 벌여나가야 한다”며 “이런 문제(고 김태환 지부장 사망)가 생길 때까지 문제를 해결해 오지 못한 우리 스스로가 자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비정규 노동정책은 인간의 비인간화를 촉진하고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빈부격차 확대, 사회 양극화를 촉진하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한 민주주의 자체가 퇴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에 언개련은 최대한 양대노총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는 결의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참가자들의 즉석 제안에 의해 23일과 24일에 참가단체들이 충주 현장을 방문해 조의를 표하기로 했으며 유가협 등에서 유가족들을 방문 애도의 뜻도 전하기로 했다. 또한 대표자들의 요구에 의해 이날 상영된 영상을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제공키로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고 김태환 지부장의 사망장면이 담겨진 영상물이 상영되기도 했다. 사고 장면이 나오자 객석에서 ‘악’, ‘어머나’, ‘어떻게 어떻게’라는 비명들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장경옥 민변 변호사는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며 “국회 차원에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통해 책임자는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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