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기업 태광산업의 잘못된 정리해고와 손배가압류의 현실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지난 15일부터 상경투쟁을 시작한 태광산업 정리해고자들이 매일 찾는 곳은 대법원 앞이다. <사진>

“정리해고와 손배가압류에 대한 고등법원의 판결이 너무나 잘못된 판결이라 생각하기에 대법원에 항고한 상태다. 이제 불과 3~4개월이면 대법원 판결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정리해고 뒤 민주노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에겐 교섭할 대상도 없는 상황이다. 만약 대법원마저 회사의 손을 들어준다면 우리는 더이상 살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전·현직 노조간부들이 90%이상 정리해고 대상자에 포함되는 등 정리해고 대상자 선별과정이 합리적이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해, “부당한 정리해고를 당했다”며 울산지법에 부당해고 무효소송을 냈지만 2004년 5월, 기각 판결을 받았다. 올해 4월 20일 부산 고등법원 선고공판에서도 부당해고 무효소송은 기각 판결을 받는 등 이들에게 복직은 요원한 일로 존재하고 있다.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것도 억울한 데 태광산업 정리해고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건 바로 손배가압류다. 울산지법은 지난해 5월, 80여일 동안 파업을 벌인 태광산업 노조 대의원 등 19명에게 “1천만원씩 1억9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반 조합원이었던 17명에 대해서는 ‘기각’ 판결을 내렸다.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고 생각한 해고자들은 고등법원에 곧바로 항소했다. 그러나 부산고법은 지난해 4월20일 “2억2천4백만원을 배상하라”는 지방법원보다 오히려 ‘가혹한’ 판결을 내리며 해고자의 목소리를 확실히 외면하고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해고된 지 4년째. 결국 태광산업 정리해고자들에게 대법원은 마지막 보루, 즉 긴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는 탈출구인 셈이다.

지난 2001년 태광산업은 LG텔레콤에 103억을 출자해 지분 3.5%를 확보했고, 같은 해 6월18일 이사회에서 한국케이블TV에 100억원을 출자하는 등 재무구조가 튼튼한 기업이었다고 이들은 회고하고 있다. 당시 전체 조합원은 2,047명. 그런데 이 회사가 느닷없이 850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127명)와 강제 희망퇴직(723명) 시켰다.

해고자들에게는 충격이었다. 2000년 11월 ‘정리해고, 구조조정,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단체협약을 통해 약속을 했던 것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정리해고자를 중심으로 노조는 2001년 6월12일부터 83일간 파업을 진행했다. 회사가 어렵다고 하니 21%에 해당하는 임금삭감도 대안으로 제시해봤다. 하지만 회사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설상가상으로 정리해고자들에게 26억5천만원의 손배를 청구했다.

정리해고자들에 따르면, 그러나 회사는 노동조합에 대한 소송과 파업을 선언하고 이끌었던 위원장 및 임원들에 대한 소송은 모조리 취하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고를 인정하지 못하고 원직복직투쟁을 하는 해고자들에 대한 손배 소송은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태광산업의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비정규직을 확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경영상의 어려움은 절대 아니라는 것. “태광은 2003년에도 또다시 200여 명의 조합원을 강제로 비정규직 및 희망퇴직을 실시하려다가 해고자가 노동부에 항의하고 반발이 심해지자 일단 유보를 했는데 지난해 또다시 구조조정으로 내몰아 현재는 비정규직을 채용해 다시 공장을 재가동하고 있다.”

850명의 해고자 가운데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끝까지 복직투쟁을 전개 중인 노동자는 총 65명. 이들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4년간의 해고생활로 이제 더이상 싸울 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지만, 조를 나눠 주 단위로 교대하는 상경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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