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에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노동부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1년 가까이 불법파견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경마진흥회노조 한 간부의 ‘한탄 섞인’ 말이다.

경마진흥회 노동자들은 농림부 산하기관인 한국마사회 자회사 경마진흥(주)과 도급계약을 맺고 지난 98년부터 전산업무 등 시설관리를 해 왔다.

지난해 경마진흥회노조는 노동부가 발표한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하는 지침을 접하게 됐고 자신들이 거기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불법파견으로 인정된다면 같은 일을 하면서도 늘 차별받던 ‘용역 신세’에서 벗어나 마사회 직접고용도 가능한 만큼, 노조는 6월 노동부 자문을 받아 진정서를 넣었다. 결국 같은 해 9월 인천지방노동사무소는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불법파견 판정이 나오자 30여명의 노동자들은 꿈에도 바라던 ‘정규직 직접고용’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 하지만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사회는 노동사무소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채, 불법파견 결정 3개월만인 지난해 말 경마진흥(주)과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경마진흥 노동자들은 정부 노동정책에 적극 따랐다는 이유로 괜히 일자리만 잃은 셈이 된 것이다.

정부정책에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 산하기관에서도 불법행위에 ‘버티기식’으로 나오는 마당에 현대차 등 민간사업장 불법파견 문제가 장기화되는 것은 너무 당연한 듯하다. 정부 내 불법행위도 해결 못 하는데 어떻게 민간업체를 지도할 수 있겠는가.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부는 검찰 고발 등 할 일은 다했다는 태도다.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이달 초 노동부 본부와 면담을 했는데 경마진흥 문제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쇠파이프를 들거나 노동부 장관실 농성 등 극한 투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노조 상급단체인 공공연맹 한 간부는 “답답하다”며 “기계적 행정처리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의지를 노동부에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반복되고 있는 불법파견을 둘러싼 노사갈등을 보면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법과 원칙’이 노동자들에게 왜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지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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