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협상이 재개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재개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노사정 대화 주체들이 만나는 시각과 장소가 모두 ‘비밀’이기 때문이다.

노사정은 지난 10일 모임 이후 13일 오후5시 서울 모처에서 노사정 협상을 하자고 의견을 나눴음에도 언론 등 외부에 회의 개최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여차여차 회의 일시를 알아내고, 확인을 하기 위해 접촉해도 관계자들은 입을 다문다.

이목희 의원은 13일, 비공개 이유를 “참석자들이 부담스러워 하고 언론사 기자들에게 미안해서”라고 말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기자들을 밤늦게까지 대기하게 만드는 게 미안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누가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냐”라는 질문에 “굳이 누가 제안한 것이 아니라 비공개로 하자는 데 다들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13일 “노동계가 장소 일시를 공개하지 말자고 한 게 아니라 재계가 공개하면 나오지 않겠다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정규법은 온 국민의 관심사이다. 설령 온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더라도 정치권은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와 1,500만 노동자의 고용형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서라도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 협상 결과가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협상 과정과 내용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그럼에도 협상 주체들은 비공개를 선택했다. 이 의원은 ‘기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취재와 기사작성을 업으로 삼는 기자들에게 ‘비공개’는 오히려 기자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미안한 일’이다.

비공개의 진짜 이유는 일부 당사자의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자와 고용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요한 법안을 ‘밀실’ 협상하는 모양새는 별로 좋지 않다.

한 주체가 공개하면 안 하겠다고 버티면, 그 주체를 빼고 대화하면 된다. 그것이 노사정 모두가 비공개 협상의 어두운 골짜기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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