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공직 기강이 크게 해이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가운데, 최근 전남도가 해외연수를 떠나기 위해 아이들의 저금통까지 털어가며 모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손을 벌린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11일 전국공무원노조 전남본부에 따르면 전남도청 사회복지과는 지난 2003년 ‘노인복지분야 외국 선진지’를 시찰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남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불우이웃돕기성금으로 모은 1천500여만원을 여행경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최근 전남도에 이 시찰에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밝혀졌으며, 감사원은 현재 전남도로부터 관련자료를 건네받아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해외연수에 참여한 공무원은 당시 도 본청 공무원 3명과 시·군 공무원 3명, 관련 학과 교수를 비롯한 민간인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공무원 6명에 대한 경비는 도와 시군 예산으로 집행됐지만, 나머지 인원에 대한 경비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사용됐다.

당시 공동모금회쪽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도에 지원하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반대의견이 많았으나 결국 민·관 협력 차원에서 예산을 집행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전남도의 압력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일 공직사회의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하고 있는 전국공무원노조는 이와 관련 “동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공무원의 처지에서 형언 못할 수치심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담당 공무원을 비롯해 도정의 책임 있는 간부들의 진솔한 사과와 함께 향후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전남본부(본부장 박형기)는 11일 논평을 통해 “전체 연수비용 중 공무원들의 체재경비는 도 예산에서 집행이 된 만큼 관련 당사자들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이는 문제의 숲을 가리고 나무만 내세워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남본부는 또 “전남 공동모금회의 지원은 자발적 지원이 아닌 전남도의 요청에 의한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지원이었음이 명백하다”면서 “이는 전남도 사회복지 관계 공무원들의 기금에 대한 안이한 의식과 그릇된 가치관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라 그 충격은 더욱 크다”고 밝혔다.

이들은 “감사원 감사에서 모든 사실의 전말이 밝혀져 도정의 다른 분야에서도 타산지석의 사례로 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전남 공동모금회도 응분의 책임과 함께 향후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기금의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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