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노·사·정간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휴가 실태를 조사, 분석한 자료가 제출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일 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보도자료로 배포한 자료가 그것이다. 내용인즉슨 노동자들이 평균 연간 92일의 휴일휴가를 부여받지만 실제 78.8일(85.7%)만 사용한다는 것.

그런데 이 보도자료를 꼼꼼히 뜯어보면, 왜 이 시점에서 이 자료를 냈는지 의구심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 자료의 제목은 '우리나라 근로자들, 휴가 너무 안 쓴다'이다. '못 쓴다'가 아닌 '안 쓴다'라는 표현은 작성자의 고의성을 차치하더라도 부여된 휴가를 다 쓰지 못하는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다는 점을 암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노동자 5인 이상 사용하는 사업장 중 1,400개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인사·노무 담당자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있는 그대로의 실태를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답변자에 따른 조사결과의 차이가 크지 않을 수는 있지만 개별 노동자나 노조를 제외시킨 것은 현장성을 크게 떨어뜨린 처사로 여겨진다. 더군다나 실태조사에 너무 한정시킨 나머지 휴가가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문항은 아예
없어 조사의 빈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조사시점과 발표시점의 차이다. 이번 조사는 98년1월∼12월까지를 대상으로 지난해 7∼9월에 이뤄졌다. 그러면 조사 이후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9개월여 걸렸다는 얘기다.
비록 설문지가 1천여건이 넘는다고는 하지만 거의 1년에 가까운 분석기간이 소요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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