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사회복지사업법에 기존 부랑인 조항 외에 노숙인 보호조항이 삽입되어 개정되었고, 비록 부랑인 및 노숙인 시설에 대한 시설운영규칙을 정한 수준이지만 2005년 후속조치로 ‘부랑인및노숙인보호시설설치운영규칙’이 제정돼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이 응급구호적인 임시사업으로 지원되어 오던 노숙인 지원사업의 제도화라는 변화된 환경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1월2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발생한 노숙인과 경찰의 물리적 충돌사태가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되어 최근 노숙인대책과 관련한 동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사실 노숙의 문제는 노숙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반에 걸쳐져 있는 가난, 실업, 가족의 문제, 최소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소외와 배제의 문제 등 우리 사회 빈곤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따라서 노숙인에 대한 지원정책은 주거, 의료, 고용 등 사회정책의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는 흐름들에 더욱 결합돼야 함에도 지난 8년간의 노숙인 대책은 시설수용정책이 그 주류였다.

대책에서 지원정책으로 노숙인정책을 개선해야

아래 제시된 노숙인 지원정책 개선과제는 서울역 충돌사태 이후 노숙인 관련 지원기관·조직들, 다양한 사회운동 진영으로 구성된 ‘노숙인 사망 실태조사 및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연대모임’(노숙연대모임)이 2월부터 진행한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돼 지난 5월31일 <노숙인 지원 정책 개선안 마련을 위한 쟁점 토론회>를 통해 제안된 내용이다.

1. 노숙인이 머무는 최일선인 거리에 밀착된 지원을 수행하는 거리지원체계(혹은 현장보호체계)가 견고하게 수립돼야 한다.

기존의 노숙인에 대한 많은 조사 및 연구를 통해 보면, 거리생활이 노숙인에게 치명적으로 위험하며, 쉼터와 불안정한 주거생활을 반복하는 전체 노숙기간보다도 거리생활 기간에 따라 심리사회적 역기능성의 정도, 특히 건강의 심각한 악화와 급작스런 객사 등 의료문제에 노출 정도가 결정된다고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노숙생활로의 유입과 발생의 1차적인 장소인 “거리에서의 현장지원체계”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때 거리생활자들의 주된 생활공간으로 찾아가고, 그 출발지점에서부터 밀착하는 ①밀착형 아웃리치(거리 생활자들이 머물고 있는 장소로 방문하여 지원하는 서비스)활동과 ②건강의 심각한 악화, 갑작스런 객사를 방지하고 예방하기 위한 진료와 사정(건강 검진과 건강상태에 대한 평가 기능)은 노숙인 뿐만 아니라 인접한 사회적 한계계층(취약계층)인 쪽방거주자 등 주거불안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2. 현행 노숙인 쉼터는 주거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보강하되, 현실적인 정원 조정 및 시설의 유형화·특성화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숙에 이르게 된 원인만큼이나 노숙기간별, 대상별, 혹은 현재 안고 있는 문제수준의 양상에 따라 시설에 대한 실질적인 기능보강과 지원이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즉 대상자가 가족(모자, 부자)인지, 장애인인지, 노인인지에 대한 인구학적 특성과 현장중심의 지원인지, 치료중심인지(물론 유형별로 다름), 자활지원중심인지에 따라 특성과 유형을 전문화 해나가는 게 시설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3. 쉼터 퇴소 이후의 지역사회재정착을 위해 주거와 일자리 연계·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노숙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돌파구로서 적절한 주거의 문제로 접근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큰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등은 노숙인들로서는 진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한 주거문제와 더불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는 게 일회성 취로형 일자리 대책이 아니라 직업훈련, 구직연결, 지역의 자활근로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과 지침이 현실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숙인대책에서 일자리 대책은 ‘거리에서 눈에 보이지 않도록’, ‘쉼터로 유인하기 위한’ 유인형 정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결국 최대의 피해자는 노숙 당사자들이었다.

소득이 줄어도 최소한의 주거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정책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고용정책의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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