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7일. 각계각층 1,300여명이 제2창간위원이 돼서 <한겨레>의 재창간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위원에는 각계에서 명성을 날리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양대노총 위원장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민중진영의 대표급도 망라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제2창간선언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민주 대 반민주, 군사독재 세력 대 민주화운동 세력이란 대립구도는 사실상 종식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민주주의가 선진화 되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튼튼한 진보언론이 필요하다. 한겨레가 자유와 인권, 복지국가 정착에 앞장서고 겨레의 하나됨에 기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든 시민들의 동참을 기대한다.”

이는 한겨레가 앞으로 진보언론의 구심체로 설 것이고 ‘우리’가 그것을 보증하겠으니, 창간기금 모금운동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에 다름 아니다.

한겨레는 창간 이후 해를 거듭하며 ‘삐딱선’을 탄다는 비판들이 흘러나왔다. ‘친여지’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광고를 의식해 재벌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양산 등 ‘고용불안’이 대두되던 97년 IMF 구제금융 시절부터 한겨레는 ‘신자유주의는 국제적 흐름이니 어쩔 수 없고, 대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자’는 식의 ‘반노동자적’ 논조를 보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한겨레가 노동계와 민중단체 손을 내밀고 다시 읍소하는 것을 보니, 한겨레가 참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한겨레의 급한 처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기자는 이번 창간위원 명단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에 참여한 위원들 가운데 일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앞장서 한겨레를 비판하던 인사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이날 돌연 ‘제2창간선언’에 이름을 올리고, 자신들을 봐서라도 한겨레에 돈을 보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지금껏 해 온 이들의 한겨레 비판은 뭐였단 말인가. 그저 한겨레에 대한 '애증'의 표현이었나. 아니면 그냥 시류에 편승한 것이었단 말인가. 기자는 그저 이 부분이 어리둥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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