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형태의 노동조합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버마에서 이미 숱한 노조 활동가들이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가운데 한 노조활동가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태국-버마 국경지역의 버마선원노조 조직가인 코 모에 나웅(38)씨는 지난 5월19일 버마 군부(431경보병연대)에 의해 살해됐다. 버마 어부노동자들과 버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던 코 모에씨는 헌신적으로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버마 군사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모아씨가 버마 군사정권의 노동권 침해를 고발하는 글을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왔다. <편집자주>


버마 정부의 노동권 침해를 고발하려 이 글을 쓴다.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 친구들은 목숨을 걸어야 했다. 미오 아웅 탄트와 킨 캬우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1997년 사형을 언도받고 감옥에 갇혀 있다. 2003년 11월29일 슈 만과 나이 민 키는 버마노총(FTUB) 조합원이자 강제노동과 노동권 침해에 관한 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버마에서 강제노동이란 군부를 위해 정글에서 무거운 짐을 옮기는 거나 건설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일하는 걸 뜻한다. 국민들은 아무런 동의 절차 없이 일하도록 내몰리며, 거부할 방법이 없다. 언제 집에 가고, 임금이나 의료혜택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아무 말을 듣지 못한다. 광산에 동원될 경우 많이 죽기도 한다. 하루에 10만명 넘게 군부의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제노동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노동조건도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노동자의 건강이나 안전은 무시되기 일쑤다. 국가의 보험금이 있긴 하지만 대단히 낮다. 노동자의 팔이 잘렸을 경우 보상금은 30달러, 사망시 1백달러에 불과하다.

결사의 권리는 없다. 결사의 자유는 1962년에 부정됐고, 신군부가 들어선 1988년에도 결사의 자유는 다시 한번 부정됐다. 해외기업과의 합작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한달에 5달러 정도를 받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과 정권은 한달에 12달러를 준다고 언론과 국제사회에 선전하지만, 이 경우 노동자들은 하루 16시간 일해야 한다는 증거 문건을 우리는 갖고 있다.


하루 10만명 넘게 군부의 강제노역에 동원

우리는 ILO이사회에 강제노동에 관한 자료를 정기적으로 제출하고 있다. ILO의 역사에서 버마는 ILO규약 제33조(조사위원회 권고사항의 미이행)을 이유로 제소된 유일한 회원국이다. 버마 정부는 노동자 권리의 침해, 특히 군부의 광범위한 강제노동 사용을 중단하라는 ILO의 권고를 거듭 무시해 왔다. 정권은 ILO에 전혀 협력하지 않았고, 문제를 시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01년 ILO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ILO는 파트너 조직들에게 강제노동과의 상관 여부와 관계없이 버마 정권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여기엔 기업들도 포함된다.

다국적 투자자들은 월 5달러라는 낮은 임금 수준과 노동력 통제가 쉽다는 이유로 버마에 왔다. 2003년 초 버마 정권은 금융위기로 큰 문제를 겪었으며 지금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권은 한달에 4백달러가 넘는 돈을 민간은행에서 인출할 수 없도록 통제했다.

이 때문에 50인 이상을 고용한 기업들이 월급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터무니없는 금융 조치로 2003년 초 이래 많은 투자자들이 철수했고, 합작회사들이 문을 닫았으며, 대량실업이 발생했다.

거시경제의 불균형과 구조적 왜곡이 일어나도 투자자들은 일언반구 하지 않는다. 버마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경영진들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의 침해에 대해서도 입 다물고 있다. 이것은 다국적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정권과 협력하고 있음을 뜻한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활용

1992년 우리는 세계 각국 노동조합들과 연대하고 국제노동기구(ILO)와 협력하여 버마의 군사정권에게 버마가 승인한 기본적인 노동조합 권리와 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군부는 ILO가 버마에 사무실을 내고 강제노동 상황을 모니터하고 그 중단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허용한 적도 있다.

최근에 노동자실무그룹은 ILO 사무총장에게 버마가 수혜자가 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지 말도록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우리는 국제사회 전체와 교류하면서 ILO와 회원국들이 버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리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각국의 연락사무소(NCP)는 선진국의 기업들에 잘 알려져 있다. 연락사무소는 가이드라인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사업을 한다.

네덜란드의 양대 노총인 FNV와 CNV는 2001년 7월 네덜란드 연락사무소에 네덜란드의 준설업체인 IHC칼란드의 강제노동 사용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FNV는 연락사무소에 프랑스측 연락사무소와 접촉토록 요청했다. IHC칼란드는 영국업체인 프리미어오일의 하청업체라서 영국노총(TUC)은 영국측 연락사무소에 네덜란드 연락사무소와 협력해 프리미어오일의 역할을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IHC칼란드는 2013년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버마에서 철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해안준설업체인 IHC칼란드의 활동은 2000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쟁을 일으켰다. 이 회사는 버마 연안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해상저장시설을 건설하고 관리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1997년 미국은 버마에 대한 신규투자를 금지했으며, 영국정부는 영국의 석유회사에 버마에서 철수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FNV가 IHC칼란드의 버마 영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IHC칼란드는 모든 비난을 일축하고 인권침해 국가에서의 영업에 관해 분명한 규정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청해놓고 있는 상태다. 2000년 5월 네덜란드 금융그룹인 ABN암로가 버마 지사를 폐쇄하면서 한편으로는 IHV칼란드 주식을 처분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네덜란드의 맥주회사인 하이네켄이 버마에서 철수했다. 2000년 IHC칼란드 주주총회에서는 이 회사의 주식 5%를 보유한 네덜란드 최대의 투자기관인 ABP연기금이 IHC칼란드의 버마 영업을 비난했다.


OECD가이드라인 연락사무소(NCP)의 역할이 중요

국제식품노련(IUF)은 영국 회사인 BAT가 버마 군부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버마에서 영업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위배하고 있다고 영국측 연락사무소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 결과 2003년 11월 6일 BAT는 버마에서 철수할 것이고, 합작회사의 주식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OECD의 노동조합자문기구인 TUAC은 OECD가이드라인이 기업의 잘못된 행동을 다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BAT는 여전히 버마에서 활동하고 있다.

각국의 사업가들과 다국적기업들이 버마 정부의 인권과 노동권 침해 행위로부터 이득을 취했음이 분명하다. 그들은 투자를 통해 버마 정부의 위상을 높여주었으며, 버마 국민의 불행을 통해 이윤을 얻었다. 우리는 다국적기업이 국내에서처럼 해외에 나가서도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노력해 왔다. 지금 버마에서는 인권과 노동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이 나라의 인권 침해자들이 법의 지배를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은 인권을 위한 국제적 투쟁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는 ILO의 결정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노동조합의 권리가 정권이나 기업들에 의해 무시되고 침해당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 국제노동운동과 연대해 인권과 노동권을 실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권 앞에 인종, 종교, 성의 차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인권 침해로부터 이득을 얻는 정권의 수입원을 없앰으로써 정권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국제자유노련(ICFTU)과 더불어 버마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명단을 만들어 왔다. 그 대부분은 버마군부 소유의 지주회사와 합작한 회사들이다. 우리는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캐나다 정부와 국민을 향해 버마문제의 중요성을 호소해 왔다. 유럽연합(EU)과 ILO나 ICFTU 같은 국제기구들도 찾아갔고, 그들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우리의 주요 판단근거는 ILO핵심노동기준이었고,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각국 정부의 관심을 끌어내고 관련 다국적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데 유용한 도구였다. 우리는 UN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번역=윤효원 국제담당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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