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일간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의 기나긴 싸움이 끝났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자리에 박해욱 위원장<사진>은 없었다. 그는 27일 교섭 장소와 전국노동자대회에 잠깐 모습을 드러냈을 뿐 다시 자취를 감췄다.

지난 3월18일 파업 돌입 이후 일주일만에 체포영장이 발부돼, 파업과 동시에 수배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박해욱 위원장은 28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데 같이 있지 못해 답답하다"며, "힘겨운 싸움 끝까지 해준 조합원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한 "아직 파업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이제 조직을 재정비해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파업돌입 후 바로 수배를 받았다.
“경찰이 파업돌입 하루만에 소환장을 발부했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을 때 지도부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로 인해 농성장과 민주노총 울산본부에서 수배 생활을 했고, 농성장까지 압수수색을 당하고 나서는 조합원들을 만날 수조차 없었다. 파업기간 동안 위원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조합원들에게 미안하고 죄송스러울 뿐이다.”

- 물리력을 동원한 시위 방법 등 노조의 파업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포항과 전남 동부 등 플랜트노동자의 파업 과정을 지켜본 검찰과 경찰이 처음부터 우리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20~30년간 플랜트 현장에서 일하던 평균연령 40대의 노동자들이 쇠파이프를 들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난 5월5일 남부서 항의방문 중 가족들이 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했고, 비무장이었던 우리는 경찰의 방패와 곤봉 세례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 ‘중간합의’ 쟁점인 교섭방식도 아직 합의되지 않았는데.
“교섭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보고 받았지만,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실질적인 논의들은 현장지도부와 조합원들의 판단이었다. 내가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 울산의 지역당사자들이 해결하겠다고 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만큼 이행 여부는 지켜볼 것이다. 노조의 조직력(힘)만 있다면 충분히 강제할 수 있다.”

- 파업기간 발생한 구속, 수배로 인해 노조 조직력에 구멍이 뚫렸다.
“동의한다. 파업과 동시에 노조 집행부가 대부분 구속돼 70여일간의 파업을 책임져 주었던 이들은 집행부가 아닌 조합원들이다. 다시 말하면 집행부가 없었지만, 조합원들 스스로 노조를 지키고 책임졌다. 파업이 끝나고 현장으로 돌아가더라도 그들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노조의 조직력은 조합원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 장기간 진행됐던 노조의 파업을 평가하면.
“4월 SK 석유화학단지의 '셧다운'(공장가동 중지) 기간이 되면 일제히 보수 및 정비를 하는데, 파업을 가장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파업 돌입부터 경찰이 우리를 벼랑으로 몰았고, 공권력을 등에 업은 자본 또한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파업대오도 처음 2천명을 예상했지만 1천여명에 그치고 말았다. ‘중간합의’ 결과도 크게 기대할 것이 없는 만큼 패배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현장에서 받았던 플랜트노동자들의 설움을 공론화 시키는 등 이후 우리 투쟁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는 지난해 1월6일 창립총회를 갖고 박해욱 노조위원장을 선출했다. 그는 포항과 전남 동부, 여수의 플랜트노조 활동을 통해서 울산에도 노조 필요성을 절감, 건설산업연맹과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을 다니며 노조설립을 준비했다고 한다. 노조설립신고 방법도 몰라 우왕좌왕하기도 했다는 그는 “30년간 기계 부속품처럼 쓰다 버려진 플랜트노동자들의 ‘화장실을 지어달라’, ‘식당을 지어달라’며 인간답게 살 권리를 요구했던 그 목소리가 이번 파업의 전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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