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비리 사건은 사실 내재돼 있던 문제점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노총 변화의 부작용이기도 하지만 이를 계기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게 조직 내에 부과된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광호 한국노총 사무총장 직무대리(노총 사무1처장, 철도산업노련 위원장)은 사무총국 내에서는 ‘총대 메는 사나이'로 통한다. 노총이 어려운 순간에만 항상 중책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4·15 총선 패배로 지도부가 총사퇴했던 위기의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이후 이용득 위원장이 들어설 때 단행했던 인사개편에서도 인사위원으로 사람을 바꿔내는 속쓰린 경험을 해야 했다.

특히 정 총장직대는 지난 95년과 96년에 걸쳐 철도산업노련의 전신인 도시철도노련에서 80년대 초반부터 12년 동안 '장기집권'하면서 갖은 횡포를 저질렀던 전 집행부를 몰아내고 2001년에 결국 위원장에 오른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또 2002년도에는 ‘한국노총 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키도 했다. 이같은 경력들만 봐도 ‘총대 메는 사나이’라는 말이 무색치 않다.

또 지난 3월 사무처장을 맡고 업무에 적응치도 못한 상태에서 사무총국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비정규 법안 노사정 협상으로 총장은 협상장에, 위원장은 거리 단식농성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비리 문제로 노총이 위기에 빠진 순간에 공석이 된 사무총장을 대신해 직무대리를 맡고 사무총국 간부들과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비리 문제에 대해 정 총장직대는 “사실 곪은 상처들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조직의 치부라고만 생각지 말고 당당하게 정면으로 맞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노총의 비리 문제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내재해 있었다. 이용득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변화의 과정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노총이 더욱 투명하고 민주주의적인 구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부작용이기도 하지만 조직의 치부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를 계기로 해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게 조직 내에 부과된 과제이다. 조직적인 차원에서는 정면으로 대응하고 각 조직의 문제제기와 의결절차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 특정 세력을 비호하거나 할 필요도 없다. 조직을 혁신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

- 사무총국이 어수선하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사무총국에서는 내부의 민주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지도부의 지도력이 아닌 각각이 가지고 있는 노동운동에 대한 애정과 능력들을 모아나가야 한다. 사무처장을 맡은 이후 실본부장급 회의뿐만 아니라 국장급 이상 회의, 사무총국 전체회의 등 논의 주제와 위상에 따라 회의 체계를 다변화 시키는 동시에 상시적인 체계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 사무총국 개혁의 목소리도 높다.
“사무총국과 현장 사이에 발생하는 괴리들이 있다. 사실 노총 사업이 현장에 기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장 또한 사무총국의 고민들을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고 따라주지 않았던 문제들도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사무총국이 대신 해결하는 문제들도 있다. 그래서 사무총국이 비대해지는 기현상도 나타나는 것이다. 총국이 원론적인 정책들만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현장에 적용하고 확산할 것인지 구체적인 고민들을 해야 한다. 그러면 사무총국도 현장으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노동운동에 대한 개인적 소신은.
“83년도께 야학을 시작해서 88년부터는 부천지역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국어국문학과 출신이라서 공장 문학방, 지역노동자 문학회 등 문예운동도 했다. 본격적으로 활동에 뛰어든 것은 홍익회에 입사한 이후 노련 위원장이기도 했던 당시 홍익회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 운동을 하면서부터다. 95년도에 ‘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면서 싸움을 시작했고, 96년에 법원의 도움으로 결국 집행부를 불신임했다. 이때 조합원들의 80% 이상에게 불신임 서명을 받았는데도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돼 불신임을 못했던 어처구니없지만 뼈아팠던 경험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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